삼성 CEO가 전재산 올인…'월지급식'이 뭐기에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1.05.2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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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지급식' 투자혁명 시작됐다-①-2]원금 최대한 지키고 매월 이자 지급 '인기'

편집자주 지금까진 어떻게 모으는가만 관심이었다. 퇴직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은 어떻게 받느냐를 생각하는 자산관리가 절실해졌다. '적립식'에 고정돼 있던 투자의 패러다임이 '월지급식'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는 이유이다. 한국 베이비부머들의 새로운 투자 화두 '월지급식'을 집중 분석한다.

#삼성자산운용 김석 사장.
국내 선두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라면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김사장의 돈이 들어가 있는 곳은 딱 한군데. '삼성스마트플랜실버 시리즈'이다. 지난 2월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월지급식펀드이다. 김사장은 "내 금융자산은 100% 여기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운용사 또는 판매사 CEO가 상품 홍보를 위해 적립식이나 일정수준의 거치식 형태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전 재산을 맡기는 것은 드문 일이다.

본인 뿐 아니다. 돈 관리를 따로 하고 있는 아내까지 설득해 월지급식펀드에 돈을 넣게 만들었다. 은퇴 뒤에는 두 사람 펀드에서 나오는 돈으로 '월급'받으며 살아갈 계획이다.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만나는 다른 계열사 사장이나, 주변 친구들에게도 틈만 나면 월지급식펀드 가입을 권한다.



'월지급식'이 뭐기에 김 사장이 '월지급 전도사'가 됐을까.

◇은퇴후에도 '월급 봉투' 책임져



월지급식 금융상품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역시 월지급식펀드다. 이 펀드는 가입자에게 연금처럼 매월 일정금액을 지급한다.

펀드 운용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가입자에게 매달 이자처럼 지급하며 가급적 보수적으로 운용해 원금을 최대한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급 비율은 가입자가 정할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원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월 0.7%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가령, 월지급식펀드에 1억원을 맡긴 투자자가 지급비율을 0.7%로 책정하게 되면 매월 70원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올 들어 주식형펀드에서 연일 환매가 일어나고 있지만 월지급식펀드로는 오히려 신규자금이 계속 몰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월지급식펀드로 2500억원 이상의 신규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월지급식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은퇴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자신의 은퇴자금을 월지급식펀드에 맡기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얼마 전 정년퇴직한 한 직장인은 "장사를 하자니 경험도 없고 리스크가 너무 큰데다, 주식투자는 그나마 퇴직금마저 날려 먹을까봐 엄두도 못 낸다"며 "그러던 중 원금은 최대한 지켜지면서 매월 이자까지 지급되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해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균 수명은 길어지는데 반해 은퇴 이후 소득은 없어지다 보니 가지고 있는 돈만으로 평생을 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원금은 최대한 남겨두면서 매월 지급되는 이자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월지급식펀드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적립식'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개념이라면 '월지급식'은 다가온 현실을 위한 펀드라고 설명한다.
20~30대의 경우 적립식펀드를 통해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지만 40~50대만 되면 슬슬 은퇴 이후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안정적으로 매월 생활비를 받는 상품에 꽂힐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평생 월급을 받고 산 직장인들은 금액과 상관없이 매달 일정금액의 소득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며 "월지급식펀드는 단순히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배분하는 것을 넘어서 은퇴자들의 마음까지 읽은 펀드"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보편화된 상품

국내에선 근래에 들어 월지급식펀드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해외에선 이미 보편화된 상품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전체 공모펀드의 절반가량이 월지급식펀드 형태다. 일본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일본 공모펀드 전체 시장 규모는 69조2912억엔(한화 약 900조7856억원)으로, 이중 매월분배형펀드 규모는 35조3000억엔(한화 약 458조9000억원), 50%에 달한다.

일본에선 월지급식펀드를 매월분배형펀드라고 부르며, 통화선택형과 비통화선택형으로 구분된다.

통화선택형펀드는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수익 외에 환차익을 추구한다. 현재 56개 시리즈, 총 374개의 펀드가 설정돼 있으며, 순자산총액은 8조4791억엔에 달한다.

통화선택형펀드에서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60%를 차지하는 데 펀드 수는 60개(5월 이후 설정예정인 것도 포함)에 달하며, 규모는 5조910억엔이다. 이처럼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많은 것은 브라질 채권이 안정적인데다, 금리도 높아 매월 안정적으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매월분배형펀드 자산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삼성 CEO가 전재산 올인…'월지급식'이 뭐기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다양한 월지급식펀드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미국 '인덱스펀드'의 명가인 뱅가드는 '매니지드 페이아웃(Managed Payout)'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원금을 운용해 원리금 형태로 분배하는 것으로 사전에 분배기간을 정하지 않고 원금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지급한다. 투자자는 지급비율(3, 5, 7%)에 따라 펀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삼성 CEO가 전재산 올인…'월지급식'이 뭐기에
피델리티의 '인컴 리플레이스먼트(Income Replacement )' 펀드는 예상 인플레이션율에 따라 목표 분배금액을 정해 투자자에게 매월 지급하며, 투자자는 10, 15, 25년 분배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국내 월지급식펀드의 경우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해외 펀드는 주식은 물론 글로벌 채권 등 안정된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품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투자처를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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