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산시키려던 빈 라덴, 성공 앞두고 그만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1.05.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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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은 인명을 대량 살상한 테러리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궁극적 목적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파산의 길을 걷도록 하는 것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美 파산시키려던 빈 라덴, 성공 앞두고 그만


대테러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다비드 가르텐슈타인-로쓰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이 원했고 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은 미국을 파산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빈 라덴의 이같은 구상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따른 구소련 붕괴 경험에서 따온 것이다.



◇"빈 라덴, 구 소련과의 전쟁에서 초강대국 생리 이해"

가르텐슈타인-로쓰의 주장에 따르면 빈 라덴은 구소련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했던 1980년대에 부유한 집안의 자제에서 이슬람 무자헤딘 전사로 변신했다. 빈 라덴은 저항세력의 일원으로 활동했고 당시의 저항은 성공적이었다. 소련군을 몰아냈을 뿐 아니라 몇년 뒤 소련이 몰락하는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빈 라덴은 과거 "우리는 무자헤딘(성전을 치루는 이슬람 전사)과 함께 10년간 러시아에 피를 흘리게 했다. 결국 소련은 얼마 뒤 파산했다"고 말했었다. 소련은 아프카니스탄 침공으로 1만5000명의 군인을 잃은 뒤 1989년 2월 철군했다. 국력을 소진한 소련은 그로부터 2년 뒤 몰락의 길로 갔다.

아프카니스탄에서의 저항에서 빈 라덴은 많은 것을 배웠다. 초강대국은 전쟁터에서 큰 희생을 보고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휘청될 때 몰락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초강대국은 패배를 극도로 싫어해 타국의 영토를 침략하려고 시도하다가 제풀에 쓰러진다는 것이다. 빈 라덴은 이것이 미국에도 통한다고 봤다.

가르텐슈타인-로쓰는 "빈 라덴은 미국과 구 소련을 여러 차례 비교했다. 이러한 비교는 명백히 경제적 관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2004년 10월에 빈 라덴은 아랍 전사들과 아프카니스탄 무자헤딘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파멸시킨 것처럼 알-카에다는 미국에 같은 전략을 쓰고 있으며, 미국에 지속적으로 피를 흘리게 하면 미국이 언젠가는 파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빈 라덴에게 성공은 테러 희생자의 숫자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정적자, 차입금 규모 등으로 평가받는 것이었다고 가르텐슈타인-로쓰는 지적했다.

◇빚더미 美, 국가안보·전쟁 예산 증액 등 영향 미쳐

노벨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3조달러를 쏟아 부었다고 추산했다.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도 조단위의 달러가 쓰였다. 9.11 이후 발족된 국토안보부는 지난 십년간 4240억달러를 썼다. 국방부의 예산은 9.11 이후 십년만에 2배로 증가했다. 이는 정부의 재량지출 예산의 절반보다 크며 연방정부 예산의 20%에 달한다.

이뿐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9.11 이후 공포가 야기하는 불황을 우려해 금리를 대폭 줄였다. 그리곤 이라크 전쟁의 부산물인 치솟는 국제유가와 싸우기 위해서 저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10년에 걸친 통화팽창 정책은, 2007년과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신용버블을 키우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9.11 직후 직접적인 경기침체를 비롯해 공항에서의 보안검색 강화와 이에 따른 시간 허비, 해외투자 철수, 이라크 전쟁의 결과에 따른 유가 상승, '그라운드 제로'를 새로 짓는 비용 등 경제적 손실은 수없이 많다. 미국 CNN방송은 빈 라덴이 미국에 끼친 경제적 영향력을 비용으로 계산하면 2조5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빈 라덴이 이 모든 비용을 쓰도록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빈 라덴 때문에 미국의 부채가 14조달러로 증가했다고도 말할 수 없다. 미국은 추가 테러를 막기 위해 수조달러를 국토안보에 쏟아 부었고 중동전략의 재편에 따라 이라크 전쟁을 벌였다. 세금삭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빈 라덴은 미국을 상대로 미국의 능력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초강대국의 기질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전략이 효과를 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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