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제한에 발묶인 미분양펀드 '개점휴업'

머니투데이 임상연, 김성호 기자 2011.05.0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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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펀드설정 전무 투자메리트 떨어져 …"5.1 미분양 대책 반쪽자리" 지적도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과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도입된 미분양펀드가 올 들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한시적으로 면제됐던 부동산 매각제한 규제가 폐지되면서 투자메리트가 떨어진 탓이다.

자산운용사들은 미분양펀드가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 정책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은데다 앞으로도 효용가치가 큰 만큼 매각제한 면제규정을 연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신상품 전무…매각제한에 발 묶여
미분양펀드는 주로 사모펀드로 설정되기 때문에 집계가 어렵지만 현재까지 설정된 펀드 규모는 총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전체 펀드가 사들인 미분양 아파트는 4~5000세대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미분양펀드가 단 한 개도 설정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 부동산금융팀 관계자는 "펀드 수익률을 결정짓는 자산(미분양아파트) 매각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투자메리트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80조 7항에 의하면 부동산펀드는 매입한 부동산을 3년 내 처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정부는 금융위기로 건설경기가 악화되자 2009년 6월 미분양펀드를 전격 도입했고, 관련 규제를 작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풀어줬다.

이 한시적 면제규정이 업계 기대와 달리 예정대로 작년 말 폐지되면서 운용사들이 새로운 미분양펀드 설정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면제규정이 일몰되기 전부터 수차례 연장을 건의했고, 특별한 말이 없어 연장되는 것으로 알았지만 올 들어 제도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펀드 설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펀드의 매각제한이 풀리지 않는다면 상품 설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아파트와 같은 주택은 오피스와 달리 임대, 관리 등 운용이 어려운데다 수익을 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부동산펀드 담당자는 "3년간 매각을 못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은 임대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운용사가 세입자를 찾아 임대계약을 맺고 관리할 수 있겠냐"며 "펀드 투자자들도 만기가 3년 이상인 것들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펀드는 지방 미분양아파트만 매입이 가능한데, 월세 수요가 많지 않다"며 "결국 임대보단 매매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이를 제한하면 투자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매각제한에 발묶인 미분양펀드 '개점휴업'


◇미분양 해소효과 커…면제규정 연장해야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세에 있지만 건설사 부도 등 아직 불안요인이 큰 만큼 미분양펀드의 매각제한 면제규정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산운용사 부동산금융팀 관계자는 "미분양펀드가 미분양 아파트 감소에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는 것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굳이 미분양펀드의 매각제한 규제가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 지방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는 총 5만304가구에 달했으나 작년 12월에는 3만3926가구로 1년 반 새 32.5%나 감소했다. 미분양펀드의 보유 부동산 매각제한 규정을 면제해 준 기간 동안 지방 미분양 아파트가 크게 줄어든 것. 이에 반해 미분양펀드 투자대상에서 제외된 수도권은 같은 기간 2407가구에서 8729가구로 226%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또 미분양펀드의 매각제한이 풀리지 않을 경우 정부가 최근 발표한 '5.1 부동산 대책'도 반쪽자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5.1부동산대책을 통해 미분양펀드의 투자대상을 지방에서 수도권까지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관계자는 "매각제한이 풀리지 않을 경우 정부의 이번 미분양 대책은 실효적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며 "세제혜택만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 중에 있다"면서도 "운용사들이 미분양펀드를 못 만드는 것은 매각제한 규정 때문이라기보다는 부동산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헤지펀드 등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사항들이 많이 있어 함께 처리하는 것을 고려해 볼 계획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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