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너무 늦게 값 올렸나"...시총 3위도 위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1.04.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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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너무 늦게 값 올렸나"...시총 3위도 위태


포스코 (370,500원 ▲7,500 +2.07%)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7% 넘게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가 2200을 돌파하는 등 축포를 쏜 가운데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는 평가다.

지난 19일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한 뒤에도 여전히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11일과 26일엔 장중 한때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도 겪었다.



연초 현대차 (286,000원 ▼9,000 -3.05%)에 2위를 내준 뒤 4위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28일 오전 10시 현재 4위 현대중공업 (159,900원 ▲1,100 +0.69%)과의 시총 차이는 7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현대차에는 12조원 넘게 뒤지고 있다.

철강 가격 인상 지연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물가상승 우려에 시기를 놓쳤다는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광석과 석탄 등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2월 중순부터 제품 가격 인상을 시도했지만 두달이나 미뤄졌다.



결국 1분기 매출액은 9조11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210억원으로 36%나 줄었다.

앞으로 실적의 관건은 이번 가격 인상분이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달렸다는 의견이 다수다. 공식적으로는 톤당 16만원을 올리기로 했지만 한번에 16만원을 올려 받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잖다. 그동안 수요처와의 계약에 따라 할인가격을 적용하는 게 관행이었다.

김현태 현대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톤당 할인가격을 4~5만원 줄이는 데도 반발이 심했던 점을 감안하면 2분기에도 톤당 3만원 정도는 할인될 것"이라며 "그나마 2분기부터 국제가격이 빠르게 올라야 할인폭이 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영업이익률이 2분기 연속으로 10%를 밑도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철강 2위 업체인 현대제철 (29,300원 ▲250 +0.86%)이 꾸준히 10%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부진을 원료가격 상승 탓으로만 돌리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최근엔 대한통운 (95,300원 ▲200 +0.21%) 인수 이슈도 주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이어 잇단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우려가 적잖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대한통운 인수 추진 등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며 포스코 신용등급(A2)을 하향 검토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3조2000억원이다. 대한통운 인수에 필요한 2조원을 포함해 인도네시아와 인도 일관제철소·중국 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 건설 등 올해 투자 소요 자금은 9조원대에 이른다. 포스코는 올해 국내외에서 5조원 가량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포스코와 M&A의 악연에 대한 얘기도 들린다. 대우조선해양 (31,450원 ▲900 +2.95%) 인수에 나섰을 당시 인수 자격이 박탈되기까지 두달도 안 되는 동안 포스코 주가는 36% 하락했다. 증시가 불황이기도 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 19%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 (63,700원 ▼1,700 -2.60%) 인수 당시에는 세달간 코스피지수가 5% 오르는 동안 1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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