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도 잠시, 은마·개포 재건축 부담금 1억?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2011.04.2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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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서에 깜짝 놀란 강남 재건축 시장

참여정부가 재건축 투기를 억제하려고 만든 초과이익환수제. 오른 집값의 일부를 재건축부담금으로 나라가 거둬가는 이 제도는 4년이 지난 지금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긴장하게 만든다. “돈을 내라”는 고지서가 조합원들에게 날아들면서 부담금은 폭탄이 됐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나오자 조합원들은 당혹스러워한다. 재건축부담금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위헌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관련 법률 폐지안이 국회에도 상정됐다. 부담금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기쁨도 잠시, 그에게는 뜻밖의 걱정거리가 생겼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대명미르테 아파트에 사는 오창수(64)씨는 ‘593만1760원’이 적힌 재건축부담금 납부 통지서를 보이며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재건축을 한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조합장인 오씨는 2005년 2월 재건축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4년 만인 2009년 2월 낡은 2층짜리 우성연립(15가구) 자리엔 10층의 새 아파트(29가구)가 들어섰다. 재건축부담금 통지서는 지난해 10월 나왔다. 우씨는 “공사비 1억여원을 대기 위해 많은 돈을 대출받았는데 부담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단지 조합원들은 현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중랑구청에 3년간 납부연기를 신청했다.



기쁨도 잠시, 은마·개포 재건축 부담금 1억?


재건축 아파트에 입주한 조합원들이 재건축 부담금이라는 ‘폭탄’을 만났다. 부담금 제도가 만들어진 뒤 4년여 동안 적용 대상이 없어 ‘종이 호랑이’로 있다 최근 재건축 아파트가 잇따라 입주하면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기간에 다른 집보다 더 많이 오른 집값(초과이익)의 일부를 재건축부담금이란 이름으로 나라가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2006년 9월 25일 이후 재건축계획(관리처분)을 신청한 단지에 대해 완공 후 부과하다 보니 4년여의 시차가 생겼다. 국토해양부와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환수제 적용 단지는 전국 531곳 29만 가구다. 수도권에만 291곳 18만여 가구나 된다.



 #강남권은 1억원 이상 나올 듯

 재건축부담금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부과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우성연립 등 2개 단지 1억2000여만원이던 징수액이 올해는 67억여원(2개 단지), 2013년 315억여원(4개 단지)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본지가 J&K부동산투자연구소와 공동으로 부담금을 추산한 결과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에선 부담금이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2015년 12월 31일 완공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억3524만원, 개포주공 1억2578만원이다.


 집값이 급등했거나 늘어나는 면적이 많을수록 부담금도 많아진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부과율이 누진제여서 집값이 많이 오른 단지의 부담금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건축을 하더라도 면적 증가가 많지 않은 아파트는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적다. 제일감정평가법인 서대호 감정평가사는 “일반분양분이 많으면 개발이익이 많아지므로 부담금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재건축 건축규제를 완화해 연면적을 늘려준 것이 되레 부담금을 늘린 셈이다.

 # “재건축 활성화 역행” vs “투기 억제”

 부담금 부과가 시작되자 재건축조합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조합들은 “비용이 늘어 사업이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낡은 규제”라고 주장한다. 서울 개포지구 재건축연합회 장덕환 회장은 “1억원 이상이나 더 내야 한다면 누가 재건축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이런 부담 때문에 재건축을 반대하는 주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의 경우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공사비만 해도 가구당 2억~3억원이다. 재건축조합으로 구성된 주거환경연합은 최근 국회 앞에서 초과이익환수제 법안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우성연립 등에 대한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위헌법률제청도 할 계획이다. 주거환경연합 김진수 사무총장은 “집을 팔아 이득을 보지 않았는데도 평가액만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환수제 도입 이후 재건축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는 환수제가 도입된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1만2000여 가구였으나 그 이후에는 7000여 가구로 확 줄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 235개 재건축 구역 가운데 38%인 89곳이 사업단계별로 평균 소요기간보다 1년 이상 늦어졌다.

 서울 서초구 방배2-6구역은 2007년 12월 재건축계획을 확정하고도 3년 이상 착공하지 못했다. 당시 재건축부담금이 조합원당 6300여만원으로 예상되자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이 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정부는 환수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임태모 주거정비과장은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다른 주택보다 많이 오르지 않으면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굳이 없앨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재건축조합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환수제의 운명은 국회로 넘어갔다.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낸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법안은 이달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임 의원은 “ 집값이 안정됐고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건축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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