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배당금 늘리려고 커피믹스값 올렸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1.04.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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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최대주주 배당금 120억 늘리고 가격올려.. 지분승계 총탄마련?

원가부담을 이유로 커피믹스 값을 올린 동서식품이 최대주주 배당금을 120억원이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지난해 배당총액을 전년보다 12.24% 올려 1100억원을 배당했다. 동서식품은 동서와 글로벌 식품업체인 크래프트푸드홀딩스 싱가포르가 각각 50%를 소유해 두 기업에게 배당총액의 절반씩이 지급된다.

동서식품이 국제 원두가격 급등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져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배당금을 대규모로 늘리자 김종희 신임상무이사의 2세 승계를 염두에 둔 '실탄' 만들기 차원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오너 배당금 늘리려고 커피믹스값 올렸나


◇김상헌 동서 회장, 배당소득 재계 8위의 비밀

동서식품은 커피원두 가격이 급등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과 달리 지난해
매출액이 1조4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13.3% 늘어 2175억원을 거뒀다. 순이익은 13.8% 늘어 1789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커피믹스 출고가격은 25일부터 최대 9.9%까지 인상했다. 최대주주의 호주머니로 갈 배당금을 늘리거나, 혹은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상장기업이고 합작외국기업의 지분이 50%에 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겠느냐"며 "토종기업 중 1등 기업이라고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배당금을 늘리는 와중에 가격을 인상한 기업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서식품의 배당금 1100억원 중 550억원은 크래프트에게 돌아갔고, 나머지 550억원이 김상헌 회장이 최대주주인 동서에게 돌아갔다. 동서는 동서식품의 배당금과 자체 사업수익을 포함해 지난해 116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352억원을 배당했다.


동서 지분 36.53%(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했던 김 회장이 지난해 동서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30억6150만원으로 재계 8위다.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제쳤고 심지어 식품업계 1위인 CJ그룹의 이재현 회장까지 따돌렸다.

◇배당금 높여 2세 김종희 상무이사 자금줄 강화?

동서는 3년간 1주당 배당금을 900원에서 1050원으로, 다시 1200원으로 꾸준히 늘려왔다. 김 회장이 이처럼 물가인상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커피가격을 올려 배당소득은 유지하는 배경을 2세 경영승계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동서는 지난 2월 김 회장의 장남인 김종희(35)씨를 경영지원 담당 상무이사(비상임 이사)로 전격 선임했다. 김 회장은 이달 11일 동서 보유주식 중 80만주(2.69%)를 김 상무이사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시가로 282억원을 넘는 물량으로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 이외에 김 상무이사 역시 임원선임 전후로 장내에서 지분을 자체 매수해 지분율을 6.23%로 늘렸다.

동서 지분율 구성은 김 회장 33.84%, 그의 동생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20.13%다. 김상헌 회장과 그의 동생이 동서와 동서식품 회장직을 나눠 맡고 있다. 형제경영이 2세 승계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지분확보를 위한 실탄 수요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금을 높이는 건 주주들에게 플러스 요인이지만 지분을 누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고 회사위상이나 미래성장성 확보를 위해 규모에 맞게 배당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서의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율은 68.28% 달한다. 소액주주 지분은 25.99%로 낮아 1일 거래량이 1만주 미만이다. 이 때문에 주가는 '가격인상'이라는 최대호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11월 1일 4만1300원을 고점으로 근 6개월간 12%이상 하락했다.

한편, 동서는 지난해 배당금은 늘린 반면 기부금은 9억9280만원에서 7억4086만원으로 줄였다. 순이익 규모 대비 기부금 비율은 6.3%에서 4.1%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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