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품목 선정 실효성 있을까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1.04.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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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폐지한 '고유업종제도'와 유사..."업종·품목 실태조사 필요"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공청회ⓒ정진우 기자↑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공청회ⓒ정진우 기자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과거에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지만, 부작용이 많은 탓에 폐지해버린 사례가 있어서다.

정부는 1997년 중소기업의 안정적 사업 영역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 고유 업종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사회와 경제가 급변하면서 대·중소기업 구분이 어려워진데다, 중소기업들이 가격경쟁에만 몰두해 품질향상이 미흡해졌고, 외국기업 진출로 국내시장이 잠식되는 등 여러 문제로 2006년에 폐지됐다.



업계에선 중소기업의 경영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불과 5년 만에 비슷한 제도를 꺼내는 건 시장경쟁을 오히려 후퇴시킨다는 지적이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문제는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지금도 마치 어떤 업종이 선정된 것처럼 발표돼 그 업종 대기업 직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기술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을 유발할 수 있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합업종·품목 선정 실효성 있을까
동반성장위원회와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이날 가이드라인 방안으로 제시한 한방샴푸와 두부, 컴퓨터 조립부품, 문구류 등 업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한 품목은 11개 대기업에서 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대기업 참여를 갑자기 제한해버리면 그 직원들은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 적합업종 실무위원회에선 출하량 기준으로 시장 규모가 1000억 원∼1조5000억 원이면서 10개 이상 업체가 진출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들이 많은 금형과 주조는 시장규모가 3조원에 달해 적합업종이냐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금형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를 1조5000억 원으로 제한하면 중소기업들이 많은 업종 같은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시장규모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판단된 대기업은 해당 품목의 직접 생산과 내수용 생산 등을 제한 받게 된다. 중소기업 업종·품목은 3년 주기로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재지정을 통해 최대 6년 간 적합 업종·품목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업계에서 이번 가이드라인 기준이 미흡하단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품목제도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본질적 항목인 중소기업 적합성 항목에 대한 가중치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기술협회 관계자는 "적합업종과 품목에 대한 산업동향, 대기업 참여 여부, 기술수준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뭔가에 쫓기듯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오늘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품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것"이라며 "실무위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분석 작업이 이뤄진 후 29일 발표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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