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앞에 북적이는 '여대생 철권'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2011.04.21 14:53
글자크기

탤런트 이시영 효과에 여대 앞 권투도장 때아닌 문전성시

땅거미 지고 어스름이 몰려오는 지난 20일 오후 7시. 그녀들은 권투도장 앞으로 몰려 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찾아온 숙명여대 학생들은 권투도장에 들어온 뒤 각자 정해진 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66.1㎡(20평) 남짓한 권투도장 안의 열기는 금세 달아올랐다. 먼저 온 여학생들은 링 위에서 스트레칭을 받거나 제자리 뛰기, 줄넘기 등에 여념이 없었다. 점차 어둠이 내리면서 학생들은 꾸역꾸역 '무도관'을 찾아 운동복으로 갈아 입었다.



맵시있는 여대생은 이내 '여전사'로 탈바꿈했다. '여전사'들은 한 귀퉁이에서 훈련하는 남성 직장인들을 압도했다.

여대생 '철권'이 늘고 있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여성 탤런트 이시영이 전국 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여대 앞 권투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이시영 효과'가 본격적인 봄을 맞아 여대에 불고 있는 셈이다.



여대 앞에 북적이는 '여대생 철권'


김지영씨(24·가명·숙명여대 수학과 4학년)의 주먹은 아직 갸냘팠다.

김씨는 권투를 시작한 지 3주차였다. 체력도 기르고 다이어트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그는 "주위 친구들이 이시영 때문이냐고 물어보는데, 옛날부터 하고 싶었다"며 "망설였지만 기회다 싶어 등록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훈련은 벌써 1시간째. 김씨는 대답을 하는 와중에도 땀을 비 오듯 쏟아냈다.

문선경씨(25·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4학년)는 이시영 때문에 글러브를 꼈다. 문씨는 "이시영이 멋져보여 권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권투하는 여성 수강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시영처럼 복싱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기보다 생활체육과 다이어트 운동으로 권투를 '즐기고' 있었다.

하루 운동량은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다. 훈련은 도장에 울리는 종소리에 따라 3분 운동하고 30초 쉬고를 반복한다. 초급·중급·고급에서 자율운동으로 이어지는 한 달 훈련 계획표를 따라 운동하면 평균적으로 3~4kg이 빠진다는 것이 권투도장 관계자의 말이다.
여대 앞에 북적이는 '여대생 철권'
권투는 여성에게 다이어트뿐 아니라 호신용으로도 훌륭한 운동이라고 알려져 있다. 마방열 풍산 권투체육관 관장은 "근력을 키워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운동"이라며 "탤런트 이시영이 우승한 뒤로 여대생 등록만 20% 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도 숙명여대와 다르지 않았다. '이대생'들도 권투를 통한 다이어트와 '주먹 단련'에 열을 올렸다.

이대앞 신촌복싱헬스클럽의 모 관장은 "여대생들이 수업 전후 또는 중간에 강의가 비는 시간에도 찾아와 훈련한다"며 "권투 동작 자체가 여성들에게는 호신 훈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시영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권투가 여대생 사이에서 이슈가 된 편"이라며 "상담에서도 '나도 이시영처럼 되고 싶다'는 여대생이 많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