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퇴출" KT 한 퇴직자 양심선언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1.04.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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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말 퇴직 관리자 폭로 "낯선 일 혼자 하게한 뒤 실적부진 덫 씌워"

"한번 퇴출대상자로 낙인찍히면 평생을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이 KT 인력관리의 실체입니다."

2009년말 KT (40,300원 ▼1,200 -2.89%)에서 퇴직한 관리자가 KT가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전사적으로 운영했다는 문건을 폭로해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노동권팀, 청주노동인권센터, KT노동인권센터는 18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반인권적 KT 인력퇴출프로그램 폭로 및 관리자 반기룡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자신을 1984년 11월 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 공채 1기로 입사해 2009년말 퇴직한 관리자라고 소개한 반 씨는 "KT충북본부 충주지사 음성지점의 고객만족팀장으로 있었을 때인 2007년 2월 중순 당시 충주지사 모 팀장이 '부진인력 퇴출 관리방안'이라는 문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은 퇴출 대상자와 이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방법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반 씨는 "2007년도 퇴출 목표는 충주지사가 5명이 배정됐고 충북본부 목표인원은 20명, 전사 목표가 550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사 목표가 정해져있다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말이다. 그동안 KT는 회사 차원의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 씨는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은 KT본사에서 기본 프레임을 만들어 각 지역본부에 하달하고 각 지역본부가 수정해 각 지사로 보내 각 지사에서 자체적으로 다시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KT 본사가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업무체계상 본사 인력관리실과 본부 인사팀과 노사협력팀이 직접 지시하달 및 보고받는 체계라는 점과 KT 전체 퇴출 목표가 정해져 있고 본부에서 본사로 보고하게 돼 있는 등에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 씨는 구체적인 퇴출 방법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반 씨는 "실적부진이라는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일부로 생소한 업무를 단독으로 부여한 다음 실적이 저조하다는 자술서를 작성하게 하고 그것을 들어 경고장을 발부하는 것을 무한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퇴를 권고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방법으로 자진 퇴사를 유도하고 그래도 퇴사하지 않으면 그동안 축적된 실적부진 경고장 등을 근거로 해고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반 씨는 "퇴출자로 낙인찍힌 자의 사생활을 조사하도록 돼 있고 모든 혜택을 금지시키고 교육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직원들과 격리시켜 소외감을 주도록 명문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 씨는 자신이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반 씨는 "자신도 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지침대로 실행했다"며 "자신이 관리하는 퇴출 대상자 장 모씨를 가혹하게 관리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자신도 (장 씨는 관리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져 약물치료를 받았고 우울증으로 악화돼 2008년에는 휴직을 했고 2009년에는 병원치료도 받았다"고 밝혔다.

반 씨는 "자신 밑에서 퇴출 대상자로 고통을 입은 장 모씨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다시는 퇴출 대상자도, 고통스럽고 퇴출시키려는 팀장도 고통스러운 인권을 유린하는 일을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KT는 "2005년 이후 불확실한 경영환경 등으로 사내외에서 인건비 절감 및 인적생산성 향상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본사 차원에서 인적생산성 향상을 위해 종사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기관에서도 기관장 주도하에 인적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량이 떨어진 직원을 대상으로 역량향상 교육, 직무 재배치 등을 시행해 왔다"며 "이런 과정에서 과거에 만들어진 자료로 시행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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