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은행권, 채무재조정 피하자…'허리띠 질끈'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4.16 10:56
글자크기

그리스 은행권, 그리스 국채 보유량 400억 유로…채무재조정 시 막대한 피해 우려돼

그리스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대출 감축 등의 조치에 나섰다. 최근 독일의 그리스 채무재조정 압력이 높아지자 이를 막기 위해 은행권이 먼저 발 벗고 나선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자에서 그리스 은행들이 감원, 대출 감소, 여행 호텔 등 비 핵심자산 처분, 수익성 높은 남유럽 은행네트워크 매각 등으로 그리스 내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은행권은 아직 사전 단계에 있는 이 계획을 지난 주 그리스 중앙은행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에 제출했다.

은행들은 이미 예금 인출을 상쇄하기 위해 막대한 대출 삭감을 시행해 왔다. 그리스 경제 상황을 우려한 예금주들이 예금을 인출해 나간 탓이다. 지난해 그리스 은행권에서는 총 예금의 14%에 달하는 400억 유로가 빠져나갔다.



그리스 한 은행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경제 상황을 우려한 예금주들이 예금을 인출해가며 매월 30억 유로(43억달러) 정도의 예금이 빠져 나간다"고 전했다.

예금인출로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진 그리스 은행들은 ECB 대출 의존도를 높이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그리스 은행들은 지난해 5월 EU와 IMF 구제 금융을 수용한 뒤 금융 시장에 정상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ECB에서 공급하는 유동성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스 은행들은 자국 국채를 담보로 ECB로부터 지금까지 900억 유로를 차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 국채에 헤어컷 등 채무재조정이 시행된다면 그리스 정부 채권을 보유한 그리스 은행들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현재 그리스 은행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는 400억 유로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자본 확충과 자산 매각으로 40억 유로를 조달해 그리스 재무부의 합병 압력을 가까스로 피해온 그리스 4대 대형은행에게 이 같은 사태는 더 큰 악순환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그리스 한 은행관계자도 FT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채무재조정을 시행할 경우) 당국과 IMF에 의한 은행권 자본 구조 변화와 민간은행 합병 등으로 그리스 금융권이 20년 전으로 후퇴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이번 주 초 로렌조 비니 스마기 ECB 집행 이사는 한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그리스 은행 시스템 큰 부분을 실패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