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나흘째 농협, 체크카드 간신히 복구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오상헌 기자 2011.04.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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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병 농협중앙회장까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조속한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농협의 금융거래는 15일에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오후에야 간신히 체크카드 서비스를 복구했다. 전산장애가 발생한 지 나흘 만의 일이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서비스는 오후까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인출을 한 번에 성공하기 어려웠고 간간히 결제도 잘 되지 않았다.



농협은 이날 오전 8시20분 경 신용카드 부분의 복구를 마쳤으나 시스템이 아직 불안정해 일부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크카드 서비스는 오후 3시쯤 복구됐다. 1000만 체크카드 고객에는 문자로 '정상화'를 알렸다. 그동안 고객들은 멀쩡한 카드를 두고도 매번 은행을 찾아 예금을 인출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피해 보상 어떻게=농협은 지난 1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이번 전산장애로 고객이 입은 경제적 피해를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적절한 절차에 따를 것이며, 객관적이고 명확한 피해에 대해 보상하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사고 발생 이후 전날까지 농협 본점과 고객센터로 접수된 피해는 각각 12건과 248건이다. 주로 대출금 이자와 공과금 납부 지연, 자동이체 날짜에 타행 송금이 안됐다는 등의 이유로 연체된 경우 등이다.

농협은 연체료와 수수료는 전액 보상(환불 등)하는 한편, 연체기록도 타행과 협조해 삭제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전산장애로 농협 신용카드(BC카드)의 지난달 이용 대금이 제때 결제되지 않았더라도 연체이자를 물거나 연체 기록이 남지 않게 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애매한 경우가 없지 않아 분쟁 여지를 남긴다. 인터넷뱅킹이 안 돼 오프라인에서 수수료를 물고 돈을 찾았다거나 예금을 찾지 못해 모처럼의 여행을 망친 경우 등은 피해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신적 피해' 부분 역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금융소비자연맹 등이 소비자피해 사례 접수를 시작한 상황이다.

이날은 교육공무원(초중고 교사)의 월급날로 전국 대부분 교사들이 농협통장을 급여통장으로 쓰고 있어 '혹시나 이상이 있을까'하는 두려움에 떨었다. 농협은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됐다"며 "이와 관련해서 한 건도 민원이 들어온 게 없었다"고 밝혔다.

◇일단 복구는 시켰지만…=이날로 농협의 대부분 거래는 정상화됐지만 불안한 상황은 조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장기간 업무 중단으로 거래량이 몰리는 등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농협이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힌 인터넷뱅킹과 폰뱅킹 등도 시스템 불안정과 고객 접속량 폭주 등으로 원활하지 않은 전력이 있던 터다. 농협도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인터넷뱅킹, 자동화기기 등의 서비스가 정상화됐으나 시스템 안정화 작업으로 일부 서비스가 제한될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번 일로 인해 농협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트위터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서비스 중단 기간에 은행을 바꿨다거나 타행 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다는 글이 종종 올라왔다.

일부 고객들은 "카드 정상화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며 "주말에는 은행도 문을 안 여는데 미리 현금을 찾아놓아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심을 표했다.

한편 농협은 오는 24일까지 인터넷뱅킹 등 e뱅킹 이용 시 타행이체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출금·이체거래 수수료를 면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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