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정면승부'···본부장직 미련 버렸나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1.04.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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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통위서 강기갑 의원에 "공부 좀 하라" 소리 지르며 정면 대응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EU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소리를 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br>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EU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소리를 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15일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부결됐다. 여야 대치로 진통이 계속돼 4월 임시국회내 처리가 진통을 겪으면서 한·EU FTA의 향방이 안개 속으로 빠져 들었다.

FTA 총책임자를 맡아 왔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거취도 오리무중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한·EU FTA 비준안을 반대하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언쟁을 하면서 "강 의원 공부 좀 하고 이야기하라","말씀 조심하라"며 소리를 쳤다.



반면 강 의원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 당신은 공부를 잘 하는 양반이 돼서 이렇게 불일치 엉망진창으로 만든 거냐"며 협정문 오역 문제를 지적하고 "그 따위 태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언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행정부 관료가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을 꾸짖은 만큼 김 본부장이 책임을 오·번역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향후 거취를 아랑곳하지 않고 한·EU FTA 통과에 '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EU FTA 준비를 위한 국내 관련법 개정 등 일정을 감안할 때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하게 되면 사실상 7월 협정 발효는 어려워진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27개 EU 회원국들은 지난 2월 유럽 의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하고 한국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어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이 야당의 저지를 무릅쓰고 단독으로 비준 동의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통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강행 처리'를 반대하며 소위 표결에서 기권한 홍정욱 의원과 함께 국회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국회바로세우기' 모임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김 본부장의 거취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정부에서는 할 일을 다 했으니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비준안이 최종 부결될 경우 김 본부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만큼 불안해하는 표정이다.


여당 지도부는 외통위 소속 의원들에게 "15일 전체회의 참석이 어려우면 표결을 대비해 사·보임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한·EU FTA의 회기내 비준 의지를 강력히 밝히며 민주당이 FTA 비준안을 처리해 주면 번역오류 책임을 물어 김 본부장을 사퇴시키는 방안에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야당이 번역 오류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고 있는 만큼 여당으로서도 타개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본부장에 대한 문책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핵심 이유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달 중 김 본부장 해임 결의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EU FTA 비준안이 '검투사' 김 본부장의 거취를 결정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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