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이름, 왜 자꾸 바꾸나 했더니…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1.04.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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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펀드' 속사정...시선끌기 마케팅, 자금 유치 고육책

명칭이나 투자전략을 변경하는 펀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것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제각각이다.

1. 핵심전략 강조 '시선끌기'



한국투신운용은 13일 '리서치파워90 증권 투자신탁' 펀드의 이름을 '리서치포트폴리오'로 바꿨다. '리서치'를 보다 강조해 상품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이 지난달 '코어 증권 투자신탁'을 '파워 리서치 증권 투자신탁'으로 개명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리서치'를 부각시켜 일반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다. 이전 명칭에 '코어'가 들어가 있어 투자자들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압축형펀드로 오인할 수 있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 같은 유형의 펀드 명칭 변경은 성적에 비해 자금이 모이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달라진 이름을 통해 핵심전략과 성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재평가를 받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펀드 평가사 FN가이드에 따르면 2004년 만들어진 '한국투자 리서치파워90 증권 투자신탁'은 설정 이후 수익률 163.94%라는 준수한 성적에도 불구, 설정액은 73억원(13일 기준)에 불과하다.

2010년 만들어진 '프랭클린템플턴 파워 리서치 증권 투자신탁'의 경우, 법인이 투자하는 'F클래스'와 개인이 주로 투자하는 'C클래스'의 설정액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게 문제였다. 지금까지 F클래스엔 89억원이 모였지만 C클래스엔 17억원만이 들어왔을 뿐이다. 수익률은 자금 모집 성적과는 반대다. C클래스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40.21%지만 F클래스는 0.31%에 불과하다. 법인에 비해 개인의 관심이 한참 뒤떨어지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펀드 개명은 마케팅적 측면이 강하다"며 "펀드 개명 후 관심이 쏠리는 게 인지상정이고 수익률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또 개명 펀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성적이 좋아지면 고객들도 자연스레 몰린다고 덧붙였다.

2. 전략도 이름도 "싹 바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Tops 노블레스 증권 투자신탁 제 1호 주식'펀드의 이름을 '핵심공략 증권 투자신탁주식'펀드로 바꿨다.

명칭 변경과 함께 운용전략도 성장주, 저평가주에 투자해 장기 안정 수익을 노리는 일반 주식형펀드에서 대형주 및 중소형주 핵심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 포트폴리오 펀드로 탈바꿈했다. 아울러 클래스, 가입자격도 달라졌다.

자금 모집이 지지부진한 오래된 펀드를 최근 유행하는 압축형 펀드로 완전 변신시킨 경우다. 이쯤 되면 리모델링보다 재탄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핵심공략 증권 투자신탁주식'는 2005년 만들어졌지만 설정액은 약 60억원에 불과하다.

핵심공략 증권 투자신탁주식은 일반 주식형에서 압축형으로 투자 종목 수만 줄였기 때문에 별도 과정이 필요치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펀드 전략 변경은 기존 수익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절차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마이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월 '글로벌코어애그리증권자투자신탁'의 이름을 '스타셀렉션증권투자신탁'로 바꾸기 전 수익자 총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했다. 명칭 변경과 함께 펀드의 성격이 해외 주식형에서 국내 주식형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일반 주식형에서 압축형으로 바꾸는 경우도 동의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일반 주식형과 압축형을 구분하는 종목수 기준이 없어 투자 종목수 변경까지 수익자 동의를 구하긴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 같은 애로사항에도 불구, 자산운용사들이 전면 리모델링에 나서는 이유는 신규 펀드 설정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최근과 같이 펀드 환매가 집중될 때 리모델링이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 상황을 감안해 신규 펀드를 내놓는 것보다 기존 펀드를 전략적으로 변신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3. 대표펀드로 브랜드 이미지 'Up'

한국투신이 '퇴직연금 성장 증권 자투자신탁 1호'를 '퇴직연금 네비게이터 증권 자투자신탁 1호'로, 하이자산운용이 '실적 포커스 증권 투자신탁 1호'를 '천하제일 코리아 증권 투자신탁 1호'로 바꾼 것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들 사이에도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한국투신은 '네비게이터'라는 대표펀드 명칭을 삽입해 마케팅적인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펀드의 이름을 변경한 데 비해 하이운용은 '천하제일'을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대표 펀드인 실적 포커스 펀드의 이름부터 먼저 바꿨다.

펀드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것도 펀드 개명의 이유 중 하나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지난 1월 투자 대상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TIGER WTI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의 명칭이 'TIGER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으로 바꾼 게 이 같은 경우다.

4. 자금도 빠지고 성적도 나쁘고

ING자산운용이 'ING 라틴아메리카증권모투자신탁'을 지난 1월 직접 투자 형태에서 재간접 투자 형태로 바꾼 것은 줄어든 설정액 때문이다. 설정액이 줄어들면서 직접 운용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졌다.

반대로 미래에셋맵스운용은 지난달 말 '브라질멀티마켓증권자투자신탁'을 재간접에서 직접 운영 형태로 바꿨다. 이중으로 보수가 들어가는 재간접 형태에서 직접 운영으로 변신시켜 비용을 줄이고 투자자 저변을 넓히기 위한 결정이었다.

NH-CA자산운용은 지난 1월 '베트남아세안플러스증권투자신탁1호'의 이름을 '파워아세안플러스증권투자신탁1호'로 바꿨다. 베트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문제였다. 증시와 환율에 대한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는 베트남 투자에 집착하기보다 투자 지역을 확대한다는 생각이 명칭 변경으로 이어진 셈이다.
펀드 이름, 왜 자꾸 바꾸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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