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위와 내전이 벌어진 튀니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가 시발점이다.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를 이탈리아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서로 갈등을 키우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최근 "유럽은 나눠지는 게 최선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거 프랑스가 지배했던 튀니지로부터 난민이 대거 유입된 것을 지적하며 프랑스 정부를 비난했다. 2만명 넘게 몰려든 튀니지 난민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프랑스 등 EU 회원국들이 냉담한 태도를 보이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튀니지 난민들을 강제송환하려다 폭동까지 직면한 이탈리아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오직 솅겐협정 정도가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수단이다. 솅겐협정은 회원국들간 왕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EU 조약이다. 따라서 각국간 국경 통제가 느슨해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을 방치할 경우 유럽 각국으로 난민들이 흩어질 수 있다.
그러자 독일, 프랑스 등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맞섰다. 실제로 이탈리아와의 국경 감시를 강화한 프랑스에서는 지금까지 2000명의 튀니지 난민들이 단속돼 1700명이 다시 이탈리아로 추방됐다. 또 독일 정부는 "사전 예고 없이 다른 국가들에 문제를 전가하려는 이탈리아의 놀라운 결정에 불만을 표한다"며 국경 통제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역시 국경 감시를 강화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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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 국가채무위기로 유로존 국가들은 함께 가는 것이 맞는지를 고민했지만 이번에는 솅겐협정 지역의 유럽 국가들이 유럽 통합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또 유로화가 회원국들간 신뢰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듯이 솅겐협정도 신뢰가 생명인데 각국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이탈리아는 이를 무력화하면서 협정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 열리는 유럽 정상회의에서는 난민 처리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이민주의 우파 정당들이 세몰이를 하고 있는 유럽 상황에서 이 논쟁은 더욱 뜨겁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 갈등과 분열이 심화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