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조 회장님의 '통큰 탈세'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1.04.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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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사주·회사 모두 국적 '세탁'…자산 10조원 불구 세금은 '0'원

11일 국세청이 발표한 1분기 역외탈세 조사 결과는 한 마디로 '억'소리가 난다. 특히 외국법인을 위장한 한 해운업체는 추징 세금만 4000억 원이 넘는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적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에 적발된 A 해운업체 사주 B씨는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선박 160여 척을 소유하면서 자신을 조세피난처 거주자로, 회사는 외국법인으로 위장해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B씨는 국내에 살면서 회사를 경영해 왔지만 자신의 거주 장소와 자산 보유사실, 경영활동 수행사실 등을 철저히 은폐했다. 한마디로 '유령 회장님'이었던 셈이다.

B씨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임대차계약서를 친인척 명의로 허위 작성해 국내 거주 장소를 숨겼다. 또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아파트, 상가, 주식 등 국내 보유자산을 명의만 이전, 국내 자산 보유 사실마저 감췄다.



자신이 회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는 형식상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휴대용저장장치(USB)나 구두지시를 통해 회사를 운영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과세당국에 세원이 포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과의 인터뷰 등 일체의 공개적 활동을 피하고, 비거주자 위장을 위한 세무컨설팅도 해외 회계 법인을 이용하는 등 철저한 비노출 정책을 유지했다.

해외에서는 수십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거액을 은닉했다. B씨는 자신의 회사가 내국법인임에도 불구하고 외국법인으로 위장해 해운사업소득을 신고 누락했고, 국내 조선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우회 수취했다. 이런 수법으로 그가 모은 자산은 10조 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 같은 탈루소득으로 국내 호텔 신축, 국내 사업체 인수, 선박 취득, 해외 부동산 취득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B씨의 광범위하고 치밀한 탈세는 국세청에 역외탈세 추적조사 끝에 꼬리가 밟혔다. 국세청은 B씨와 회사를 상대로 4101억 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B씨를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A사를 포함, 1분기에만 역외탈세 총 41건, 4741억 원을 추징했다. 여기에는 △무역거래를 가장해 장비매입 원가를 허위 계상한 업체(174억 원 추징) △수출거래 중간에 위장회사를 개입시켜 소득을 이전한 업체(146억 원 추징) △해외 주식을 매각하고 양도소득세 신고 누락한 개인(64억 원 추징) 등도 포함됐다.

김문수 국세청 차장은 "A사의 경우, 대규모 역외탈루와 전 세계에서의 무납부를 핵심적 경쟁우위수단으로 삼아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러한 행위는 조세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공정한 경쟁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번 조사에서는 그간 자주 확인되던 해외투자 또는 해외 관계사를 통한 자금 유출 및 은닉 뿐 아니라 다양한 역외탈세 유형이 적발됐다"며 "앞으로도 세정 역량을 집중해 역외탈세 행위를 끝까지 추적·과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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