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지원인 제도 논란 유감

머니투데이 손동우 법무법인 은율 대표변호사 2011.04.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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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에 준법지원인 제도가 포함되면서 논란이 많다. 상법개정안에 대해서 이 정도의 논란이 있었던 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반응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기업들이 지금까지 너무나 준법을 잘 해 왔는데 왜 갑자기 기업에게 부담만 지우는 제도를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왜 변호사가 독식하느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반응 모두가 유감스럽기도 하고, 오류가 있다.

우리 나라 회사들의 준법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횡령으로 인해서 상장폐지 되어 일반투자자만 손해를 보는 것조차 드문 뉴스가 아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경영진 감시제도인 감사제도와 사외이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 것이 정당한 평가일 것이다.



감사와 사외이사가 제대로 경영진을 감시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금전적 이득을 함께 취하는 범죄형(犯罪型)도 있을 수 있고,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사임하게 되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생계형(生計型)도 있을 수 있으며,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모르는 무지형(無知型)도 있을 수 있다.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않고 커리어를 지속하려는 사람이 범죄형이 되지 않고, 사임하더라도 생계에 지장이 없는 사람이 생계형이 되지 않으며, 필요한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 무지형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준법지원인의 자격으로 변호사를 규정한 것은 타당하다. 범죄형, 생계형, 무지형이 되지 않을 확률이 누구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이 확률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입법안에 몇 가지 더 수정이 필요하다.

첫째, 모든 변호사가 준법지원인 자격을 가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준법지원에 필요한 전문지식이 있어야 하므로, 기업 자문업무에 대하여 일정 기간 경험 있는 변호사이어야 하고, 경영진과 특수관계인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법학교수가 전공과목에 관계 없이 준법지원인 자격을 가지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상법이나 해당 기업과 관련 있는 법률을 전공한 교수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호사와 법학교수 이외에 대통령이 정하는 자도 준법지원인 자격을 가지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면서 일정 사항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것은, 국회보다는 행정부가 더 전문적으로 입법을 할 수 있거나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하여 행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준법지원인의 자격에 대해서 행정부가 국회보다 더 전문적이거나 더 유연하다고도 할 수 없고, 행정부가 판단착오로 범죄형, 생계형, 무지형이 될 확률이 높은 자를 지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법지원인을 두지 않는다고 해도 해당 기업이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준법지원인을 도저히 두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열악한 회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제재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그러나, 준법지원인에 관하여 반드시 자세한 공시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상상을 해 보자. 능력 있는 준법지원인이 취임하면 일반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이 더 높은 수준의 준법경영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준법지원인이 뚜렷하게 알려진 사유 없이 사퇴하게 되면 일반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준법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내가 투자하는 대상회사에 “누가 준법지원인으로 취임하는가”, “어떤 이유로 사임하는가”라는 정보가 시장에 알려질 수 있다는 것부터가 준법지원인 제도의 존립목적이자 기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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