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LCD, 침체 장기화…글로벌 재편 이어지나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4.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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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만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며 어려움을 겪던 일본 LCD 업계가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전력 부족과 부품 조달 난항에 침체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업체마다 다양한 대응책을 내세워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지만 생산 차질의 장기화 가능성에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고, 시장 재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생산 차질 장기화 우려=샤프, 도시바, 파나소닉 등 주요 업체들은 우선 대지진 피해 지역인 도호쿠(동북), 간토(관동) 지방의 생산 거점을 서일본 쪽 생산 거점으로 옮기거나 해외 기업들에 생산 위탁을 늘려 고난의 시기를 넘겨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 공장들의 정상화를 기약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지진 발생 1개월이 지난 현재 피해를 입은 일부 공장들이 복구되고 있지만 올 여름에도 이어질 계획정전의 암초에 걸려 전면 재개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중소형 LCD 패널을 생산하는 도시바모바일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8일 조업을 일부 재개했지만 지진 이전 생산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또 LCD TV용 패널을 생산하는 파나소닉LCD는 기존의 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대체 라인을 가동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부 제품은 장기적으로 공급이 어려울 정도로 전망이 어둡다.

샤프의 경우 부품 부족 사태에 미에현 가메야마시 주력 공장에서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다. 기존 재고로 겨우 TV 생산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품 부족이 장기화되면 LCD 패널 생산 차질에 이어 TV 생산 차질까지 초래할 수 있다. 또 히타치디스플레이는 중소형 LCD 패널을 생산하는 지바현 공장의 조업 차질에 따른 생산 부족분을 대만의 치메이전자에 위탁해 대체할 방침이지만 정상화 계획은 아직 서 있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재편 이어지나=일본 업체들은 이처럼 국내외에서 대체 생산에 기를 쓰고 있지만 LCD 시장이 워낙 '박리다매'식이라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극심한 가격 경쟁에 LCD 업체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LCD를 주요 부품으로 쓰는 평판TV의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일본계 시장조사 업체 BCN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평판TV 평균 가격이 2만엔 이상 하락했다.

또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08년 초 약 15달러에 이르던 중소형 패널의 평균 단가는 지난해 약 10달러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이미 채산성이 깨지는 아슬아슬한 수준에서 일본 업체들의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더 커지게 됐다.

일본 업체들이 직면한 또다른 문제는 스마트폰의 폭발적 인기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소형 패널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아울러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래 전략으로 추진하던 대만 업체들과의 합종연횡도 불투명해졌다.

나아가 글로벌 업계 전체의 재편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일본 이외 국가들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인데다 극심한 가격 경쟁으로 시장 상황이 계속 악화돼 일본 업체들의 침체를 계기로 글로벌 업계와 시장의 역학구도와 경쟁관계가 변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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