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재벌 A씨는 가능했다. 국내에 매출도 거의 없는 해운회사를 만들어 놓고 조세피난처에 수십 개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만들었다. 160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자유롭게 사업을 했으며, 버는 돈은 모두 조세피난처에 숨겼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돈으로 A씨는 또다시 선박을 사 모으고, 국내에 호텔과 사업체를 인수하고, 해외에서 부동산을 사들였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스위스 계좌에 수천억 원을 숨겨뒀다 적발된 업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국세청이 역외탈세 조사에 주력하면서 하나둘 드러나는 탈루 수법과 규모는 영화 그 이상이다.
A씨는 세계 각지에 수십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형식적인 대리점 계약을 통해 외국법인으로 위장했다. 해운사업소득은 신고 누락했고, 국내 조선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받아 은닉했다. 탈세를 일삼다 보니 자산은 급증했다. 자산규모로만 치면 A씨의 회사가 국내 1위 해운업체인 한진해운 (12원 ▼26 -68.4%)(2010년 12월 기준, 9조55억 원)을 넘어설 정도다.
A씨의 사례는 국세청 관계자들조차 "처음 보는 신종 수법"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그만큼 세원 이동이 빠르게 글로벌화 되면서 역외탈세 등 지능적인 탈세수법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탈세보다 규모가 크고, 적발이 어려운 역외탈세를 조기에 근절시키지 못해 제2, 제3의 A씨가 탄생한다면 세입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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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 국세청장은 최근 미국의 정치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해 "살면서 못 피하는 건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말했다. 수조원의 자산을 쌓아 놓은 사람이 세금을 피해가서는 안 된다. 국세청의 '역외탈세와의 전쟁' 선포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