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검찰은 왜 '슈퍼메뚜기' 사냥에 나섰나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1.04.12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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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슈퍼메뚜기로 불리는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의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23~24일 증권사 10곳을 비롯해 스캘퍼들이 ELW 거래 장소로 이용한 서울 여의도 사무실들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스캘퍼 1명과 증권사 직원 1명을 구속했다. 함께 청구된 스캘퍼 3명의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금까지 수사는 소수의 스캘퍼들이 ELW 시장을 잠식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측과 부당한 유착이 있었는지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캘퍼들이 특혜를 제공받아 실현한 수익을 '불법'으로 규명해야하는 과제와, 이들을 감시·감독할 의무가 있는 감독 당국의 책임여부를 따져야 하는 '본류수사'가 남아있는 셈이다.



◇초기 수사, 특혜 제공에 초점 =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부장 이성윤)는 지난 7일 오전 S씨를 비롯한 스캘퍼 4명과 H증권사 직원 B씨 등 5명을 체포했다.

검찰은 구속만료 시한(48)을 꽉 채워 조사한 뒤 9일 오전 5명 모두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증권사 직원 B씨는 스캘퍼들에게 전용회선 제공과 수수료 감면 등의 혜택을 준 혐의가, 스캘퍼 S씨는 제공받은 혜택을 통해 거액의 '부당한 이익'을 챙긴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됐다.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0일 "혐의 사실이 소명됐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S씨와 B씨의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스캘퍼 3명의 영장은 기각했다.

S씨는 H증권사가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의 ELW 관련 항목을 개발할 때 전산 실무자로 참여했던 인물이며, B씨는 온라인 영업·기획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착 가능성이 높은 2명의 영장만 발부된 것이다.

이는 검찰이 스캘퍼들의 차익실현 자체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영장에 적시하지 않았거나, 법원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2명의 혐의만을 구속 사안으로 보고 스캘퍼 3명의 영장을 기각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개인 간 특혜를 주고받아 이익을 실현한 단순 비리사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거래체계 등 ELW시장의 구조적 모순점을 밝혀내 바로잡는 것이 수사 목표"라고 말했다.

검찰은 보완 조사를 거쳐 영장이 기각된 3명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수사 선상에 오른 다른 스캘퍼 20~30명도 범행 횟수와 부당이익 규모 등을 따져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혐의입증 쉽지 않다" 전망도 = 검찰이 의욕을 보이며 수사하고 있지만 스캘퍼들의 차익실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찰이 스캘퍼들의 행위를 불법으로 보는 근거는 옛 증권거래법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다.

이법 178조는 '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조상을 통해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등과 관련해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한 행위를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8조는 "수수료 부과기준을 정함에 있어 투자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결국 전용회선이나 수수료 감면혜택 등 증권사 측의 편의제공이 '부당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일부 증권사는 "'큰손 고객'에게 더 싼 수수료나 지점 단말기를 제공하는 것은 금융업계에서 일반적인 서비스"라고 주장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어느 회사나 VIP고객은 있기 마련이고 이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외국인 옵션 투자자 등도 증권사에서 전용회선 등 편의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금융 분야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증권사가 스캘퍼들에게 제공한 혜택을 부당한 거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다른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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