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한달]국내 원전은 안전할까?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11.04.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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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쓰나미에 대비한 설계로 안전" vs "100% 안전은 없다"

지난달 11일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고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 한달이 됐다. 사고 발생 한달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전세계로 방사성 물질을 뿜어내고 있다.

세계 최고의 내진 설계를 자랑하던 일본, 또 원전 안전 분야에서도 세계에서 손꼽히던 일본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더 충격을 줬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원전들은 지진과 쓰나미, 또는 다른 사고로부터 안전할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하는 원자력발전소는 신고리(1기), 고리(4기), 월성(4기), 울진(6기), 영광(6기) 등 총 21기다. 원전은 열을 식히는 냉각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바닷가에 짓는다. 우리나라는 영광 원전은 서해안에, 나머지 원전은 동해안에 있다.

정부와 원전 운영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도 안전하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감안했을 때 국내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정도 내진 설계로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학계 일부의 주장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일본 역시 과거 사례 등을 감안해 내진설계를 했지만, 예상보다 강한 지진과 쓰나미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 대지진이 드물었다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이번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이 아닌 쓰나미로 인한 것이다. 쓰나미로 인해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설비와 비상용 발전장비가 고장났고, 이로 인해 원전에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원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지진뿐만 아니라 쓰나미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원전을 지을 때 이런 점도 감안한다. 동해안에 자리잡은 원전 중 고리 원전 1, 2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원전은 해수면으로부터 10m 정도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고리 원전 1, 2호기는 7.5m의 방벽을 설치해 놓았다.


또 우리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의 대표적인 차이로 발전 방식이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이 때문에 우리 원전이 폭발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경수로형이고, 우리나라 원전은 월성(중수로)을 제외하고 모두 가압경수로형이다.

비등경수로형은 원자로 내에서 직접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든다. 이 수증기는 격납용기 밖으로 나가 터빈을 돌리고 다시 물로 바뀌어 원자로 안으로 들어가 원자로를 식힌다. 그런데 만약 전기 공급이 차단되면 물을 원자로 안으로 들여보내는 펌프가 작동하지 않는다. 물이 순환하지 않으니 원자로 내부 온도가 올라가고, 원자로 안에 있던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로 변해 핵연료봉이 물 밖으로 노출된다.

반면 가압경수로형은 원자로 밖에 있는 증기발생기가 물을 수증기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원자로 내에서 뜨거워진 물이 증기발생기로 가고, 증기발생기에서 이를 수증기로 만들어 격납용기 밖 터빈으로 보낸다. 한수원은 일본의 경우처럼 전원 공급이 중단돼 물을 순환시키는 펌프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자연 순환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전원 공급이 차단되면 시간문제일 뿐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전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원자로가 냉각되지 않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고를 교훈삼아 국내 원전의 안전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원전 점검에 나섰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와 비슷한 상황을 설정해 국내 원전이 강진과 쓰나미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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