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자퇴생 "나는 불행하지 않다" 논란중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11.04.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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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카이스트 학생 자살에 대해 본인을 카이스트 자퇴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이들의 죽음은 경쟁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 최근 올라온 '카이스트 자퇴생입니다'라는 글에서 "자살할 만큼 불행하다면 자퇴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대학 졸업장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 우리는 불행하다"는 내용으로 한 재학생이 쓴 대자보에 대해 "불행하면 자퇴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응이 있는 것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이다.

또 경쟁을 부추기는 '징벌적 등록금제'에 대해서 외부에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것에 차이가 있음을 강조했다.



"징벌적 등록금제의 실제적인 효과는 학생들을 학점에 매달리게 하고, 배우는 것이 많은 과목보다 학점을 따기 쉬운 과목을 신청하게 한다"며 "배우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줄게 하고, 학과 외에 스스로 탐구할 시간을 없애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을 더 외톨이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자퇴후 소프트웨어 회사 입사를 준비중이라는 그는 "저는 불행하지 않다"며 "후배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젊고 유능한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경쟁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학생들의 나약함이 더 문제라는 주장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제도를 만든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사태해결에 나서길 바란다"며 "학점따기와 진정한 공부는 다른 만큼,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카이스트를 만들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경쟁을 하지말자는 것이 아니다. 좀 더 괜찮은 방식의 경쟁이 있다"며 "수십년간 경쟁하고도 노벨상 하나 못 받는 것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지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이다"며 "지는 것을 배우지 않았으니 좌절감이 컸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고액의 등록금은 타 대학에서도 문제이고, 그 대학들의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자살을 택한 카이스트 학생들의 선택은 극단적이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편 카이스트는 사태진정을 위해 11, 12일 휴강을 결정했으며, 서남표 총장은 오는 18일 국회에 출석해 카이스트 업무와 현안을 보고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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