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정부 폐쇄시 월가도 '비상'

머니투데이 김경원 기자 2011.04.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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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 발행 중단, M&A 차질..."증시엔 별다른 영향 없어"

미 의회가 예산안 처리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처리시한을 넘겨 연방정부 폐쇄될 경우 월가도 '마비'될 수 있다고 미 경제전문 방송 CNBC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식 발행 중단 등 시장 기능 마비=연방정부가 폐쇄되면 주식과 채권 발행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기업공개(IPO)도 불가능하다. 이들은 모두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기업간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독점을 막기 위해 기업간 M&A를 검토하는 것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의 몫이다.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이들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CNBC는 "연방정부 폐쇄시 FTC와 법무부가 인수합병 신청서를 받아들일지는 확실치 않다"며 "일부 업무를 지속한다고 해도 M&A 검토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일부 집행 기능과 시장 감시 활동은 예외적으로 계속되겠지만 대다수 업무는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가 지속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정상적으로 운영한다. 연준은 국회 예산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연방정부가 폐쇄되더라도 은행 업무에는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에도 3주간 연방정부 폐쇄 사태가 빚어진 바 있다. 당시 SEC는 직원 급여를 위한 자금을 마련해둔 덕분에 계속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SEC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CNBC는 연방정부 폐쇄로 3주간 월가의 손발이 묶일 경우 이번 분기 수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길어야 이틀...영향 제한적일 것"=한편 연방정부 폐쇄가 대수롭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과거 경험을 볼 때 폐쇄 기간은 길지 않으며 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도그 로버츠 샤넬 캐피탈 리서치의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방정부 폐쇄는 길어야 48시간일 것"이라며 "8일 폐쇄가 결정되더라도 다음주 월요일부터 업무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앤코 수석 투자전략가인 딕슨은 과거 연방정부 폐쇄시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1995년 연방정부가 1차로 폐쇄됐을 때(11월 14일~19일) 뉴욕증시는 1% 상승했다. 같은 해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3주간 2차로 폐쇄됐을 때도 증시는 4% 올랐다. 그는 "이번 사태 역시 경제적 파장보다는 정치적 파장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방정부 폐쇄 위기에도 불구하고 7일 증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날 증시 하락을 주도한 것은 일본 미야기현 인근의 규모 7.1 강진 소식이었다.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투자자들은 연방정부 폐쇄보다는 채무한도 증액 실패로 인한 디폴트 위기와 최근 일본의 강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 의회는 재정지출 삭감폭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견해차로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7일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민주) 등과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미국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1주일간의 잠정예산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자 백악관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의회가 뉴욕시간 8일 자정까지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15년 만에 연방정부가 폐쇄돼 모든 재정지출이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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