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헤지펀드에 3억 넣은 강남부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1.04.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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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헤지펀드 탄생 기대, 고수익 단타 '환상' 깨는 게 먼저

서울 강남지역 증권사 지점의 프라이빗 뱅커(PB) A씨.
자문형 랩에 10억원을 투자했던 고객이 30% 정도 수익이 나자 얼마전 돈을 뺐다고 귀띔했다. 찾은 돈 가운데 3억원은 헤지펀드에 묻었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9명의 투자자를 모아야 하는 사모형 재간접 헤지펀드 투자금을 모으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틀 만에 1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려든다. 1호에 이어 2호, 3호에도 돈이 계속 들어온다.

거액 자산가들이 헤지펀드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뭘까.
직접적으로는 얼마전 정부가 규제를 풀어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게 촉매제가 됐다. 증시 관계자들은 "'한국형 헤지펀드' 구상이 '포스트 랩'을 대비하고자 하는 심리가 확산되는 시기와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중동 정정불안 등으로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자문형 랩은 대부분 현물 주식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상승장에만 베팅할 수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고액 자산가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헤지펀드 하면 기껏해야 드라마인 '마이더스'에 나오는 현실성 떨어지는 캐릭터 '김희애'를 떠올린다. 혹은 '고수익 고위험'이란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잘 하면 올 하반기부터 '김희애 펀드매니저'가 생겨날 것이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직접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관 투자가들과 거액 개인 투자가들에게 문턱도 낮아진다.

아직은 국내에서 판매중인 '헤지펀드'는 해외 유수의 해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즉 재간접펀드일 뿐이다. 목표 수익률은 연10% 내외에 그친다. 지수 방향성에 베팅하기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재간접펀드의 핵심이다. 실상 '헤지(Hedge)'라는 말 자체가 다양한 투자 방법을 동원, 가격 변동성을 제거하고 꾸준한 수익을 거둔다는 뜻이다.

헤지펀드는 닿기만 하면 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손'이 아니다. 고수익 단타 투자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면 '한국형 헤지펀드'는 시작부터 절름발이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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