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월스트리트 저널(WSJ),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IMF는 투기적인 자본의 유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과세나 금리 조정 등 정책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아직 IMF의 공식 정책으로 결정되지 않았으나 IMF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환율이 저평가되지 않고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며 자본 유출입을 조절하기 위한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더 이상 취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국가는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일시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 IMF는 회원국 가운데 4분의 1에서 3분의 1 가량이 이 조건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시도하고도 자본 유입이 경제를 왜곡할 만큼 늘었다면 자본 유출입 규제를 일시적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IMF는 설명했다. 하지만 자본 유출입 규제가 필요하고 또 허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외 자본을 차별하지 않는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IMF는 일정 기간 동안 자국 은행들의 외환 대출을 금지하거나 은행들의 외환보유 규모를 높이는 등의 조치를 예로 들었다.
도미니트 스트라우스-칸 IMF 총재는 자본 통제에 대해 "매우 실용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며 "자본 통제가 올바른 정책을 대체할 수 없지만 올바른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면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일시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IMF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한국과 브라질, 터키 등이 외국 자본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브라질 등 이머징국가는 대규모 자본 유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자산가치 버블 우려가 고조되며 자국 통화 가치가 절상되는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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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오랫동안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선진국의 초저금리와 이머징국가의 높은 수익률로 국제 자본이 이머징국가로 대거 유입되며 부작용이 나타나자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이미 주요 20개국(G20)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이머징국가의 자본 유출입 규제를 인정했다. 따라서 IMF의 가이드라인은 G20에서 자본 유출입 규제와 관련한 ‘시행 지침’을 마련하는데 초석이 될 전망이다.
일부 이머징국가들은 시장에서 자본 유출입 규제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지 못하도록 IMF가 규제 조치를 승인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에스와 프래사드 브루킹스 인스티튜트 수석 연구원은 “많은 이머징국가들이 자본 유출입 규제로 자유로운 시장 질서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자국 규제를 국제사회가 승인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IMF 내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표출됐다. 브라질을 비롯해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8개국을 대변하는 파울로 노구에이라 바티스타 이사는 “자본 유출입 규제와 관련한 이슈는 접근 방식에서 편향돼 있고 분석도 부족하다”며 “현재 진행되는 논의는 IMF가 이머징국가의 정책에 더 많이 간섭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브루킹스 인스티튜트의 프래사드 연구원은 “일부 이머징국가는 IMF가 이번 가이드라인을 이머징국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