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만 전셋값 올리면 벌금?"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김창익 기자, 전병윤 기자 2011.04.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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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채택,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문제없나]

↑한나라당이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채택키로 한데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와 함께 찬성의 목소리가 섞여 나오고 있다.↑한나라당이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채택키로 한데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와 함께 찬성의 목소리가 섞여 나오고 있다.


여당이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추진키로 하면서 부동산시장과 학계에서 우려와 찬성의 목소리가 섞여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6일 당론으로 채택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은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 대해서만 상한제를 실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박준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당초 야당이 추진한 전·월세 상한제보다 한발 물러선 형태다.

적용지역은 좁혔고 가격제한 범위는 풀었다. 법안에 따르면 전·월세 보증금이 많이 오른 곳은 관리지역과 신고지역으로 지정되고 각각 최고가격과 권장가격을 넘어 임대차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부동산업계는 전·월세 보증금 인상폭을 연간 5% 이내로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기존 상한제보다는 인위적 가격 통제로 인한 부작용이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역별 형평성 문제, 적정임대료 산정문제, 행정적인 비용 낭비 등이 지적된다.

우선 지역적 형평성 문제와 과징금 부과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부분적 상한제'는 관리지역에서 최고가격을 초과해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연 100분의 14를 곱한 금액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어떤 지역은 전세금을 올리면 벌금을 내는데 다른 지역은 시세보다 올려도 규제를 가하지 않는 등 지역별로 상한제 적용의 차별을 두면 임대인(집주인)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급등지역을 관리하더라도 지역적 수급불균형을 낳고 임차인의 이동으로 주변지역까지 전·월세난이 확산되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월세 최고가를 정하는 것도 문제다. 매년 물가상승률, 건축비상승지수 등을 고려해 단독주택, 공동주택별로 보증금을 산정하더라도 건축시기, 내부구조, 동·향과 층수, 수리여부 등 임대차 물건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적정가를 찾기 어려워서다. 상한가에 대한 심의위원회 심의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행정력 투입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토해양부는 매년 지역별로 전·월세 보증금의 변동 가격을 고시하고 지역별로 차등을 둬 관리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별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며 "전셋값 폭등이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과 지방 대도시까지 번진 현상에서 지역별 차등을 두는 게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부분적이더라도 상한제가 전·월셋값 상승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는 정책"이라며 "지역마다 전·월세 상승폭이 다르기는 하지만 지금 시장 상황이 상승폭을 강제적으로 제한할만한 상황인지 정치권이 과연 면밀히 검토해봤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월세 상한제 개념은 개인의 재산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위헌 소지가 있고 정치권에서 도입을 찬성하더라도 추진과정에서 실제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란 점을 감안하면 진의를 짐작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가격규제는 일시적 효과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월세가격을 규제하면 임대소득이 줄어들어 민간에서 공급돼야할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공급이 위축돼 결과적으로 전세난, 전세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세난을 해결하려면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다른 대책보다 전·월세 상한을 두는 게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전체 가구의 30%가 살고 있고 엄청난 돈이 오가는데도 세금을 매기지 않는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측면에서 이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집주인보다 협상력이 약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물가상승률 만큼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상한을 두고 있다"며 "상한제는 집주인의 소유권 제한이 아니라 집주인의 소유권을 통해 이익을 남기는 수준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전세금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제도 시행을 앞당기거나 소급 적용 등을 검토하는 방법 등으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처럼 등록제나 허가제를 실시해 제도의 틀 안에 넣어 전·월세시장의 안정화를 통한 주거안정 추구 차원에서 단기적 부작용이 있더라도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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