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액만큼 현금다발, 명품백에 자녀 유학비용까지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최은미 기자 2011.04.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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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신종 리베이트 백태] 골프장 '픽업'·일비 세탁도 여전

지난해 11월 정부가 제약사의 불법영업 단속을 강화하는 '리베이트 쌍벌제(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동시에 처벌하는 제도)'를 시행했음에도 불구 불법리베이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법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액만큼 현금다발, 명품백에 자녀 유학비용까지


#1. 식품업체에서 국내 제약사로 자리를 옮긴 지 한 달 정도 된 모 제약사 임원 K씨는 말로만 듣던 리베이트 영업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하고 있다. 처방매출의 20~30% 정도 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직접 와 서보니 처방액 대비 100%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100대100 리베이트가 이뤄지고 있어 놀랐다는 것.



K씨에 따르면 규제가 까다로워진 탓에 새로운 방식의 리베이트도 횡행하고 있었다. 외국에 유학 간 의사 자녀의 유학자금을 대주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K씨는 "마음만 먹으면 리베이트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의사가 처방권을 갖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리베이트는 사라질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2. 소아과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최근 C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부터 신용카드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이 영업사원은 "의약품 영업부서가 식품영업으로 돼 있어 리베이트를 줘도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며 "처방액의 15%를 리베이트로 제공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카드를 써도 된다"고 말했다.



A원장은 가족들과 함께 모 제약사에서 초대하는 음악 콘서트를 자주 다닌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이 콘서트홀의 공연티켓은 1인당 14만원. 식사를 하며 공연을 보는데 드는 비용은 대부분 제약사에서 부담한다. A원장은 이밖에도 제약사에서 주는 각종 외식상품권으로 가족 외식비용을 해결하고 있다. 기프트카드와 외식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은 고전적인 불법 리베이트의 하나다.

#3. 최근 연간 매출 500억원 정도의 위장관촉진운동제의 특허가 끝나면서 복제약 시장에 진출한 제약업체들이 랜딩비(약품 채택료) 명목으로 적잖은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에게 명품을 사다주기도 하고 해외여행을 보내준 사례도 있다.

# 4. '선처방 후리베이트' 영업방식을 들고 나선 업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일단 처방이나 거래를 유도하고 정부의 단속이 느슨해지면 리베이트를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방식이다.


일부 제약사들이 리서치사와 제휴해 의사들에게 설문을 받고 일정액을 대가로 지불하는 편법 리베이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제약사는 리서치회사와 미리 입을 맞추고 특정 의사들에게 설문을 진행 후 참여 의사들에게 일정 상당의 리서치 참여 비용을 리서치회사가 대신 지급해 줬다. 해당 제약사는 이런 방식의 리서치가 문제가 되자 리서치를 중단했다.

#5. 리베이트가 금지되면서 몸으로 뛰는 영업방식도 활발해지고 있다. 영어에 능통한 다국적제약사 영업사원들은 대학교수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논문 영작이나 영어논문 번역 등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발표 자료를 만들어주기도 하는 등 조수역할을 하는 셈이다.



영업사원이 주말에 의사를 골프장이나 공항에 데려다 주는 '픽업'서비스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또 병원장 차 세차, 병원 신발정리 등은 '고객감동'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다. 복지부는 반복적인 노무의 경우 리베이트로 보고 있다.

#6. 과거 불법 리베이트의 주요 방식이었던 속칭 카드깡 리베이트, 일비 세탁 행위도 여전히 판치고 있다. 다만 영업팀 간부까지 나서 철저한 보안유지 속에 리베이트가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비세탁은 영업사원이 매일 받는 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해 이를 의사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수법이다. 카드깡은 허위로 식당을 이용한 것처럼 하고 현금을 만들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리베이트가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불법 리베이트 영업은 크게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며 "대학병원 과장을 모르면 약을 절대 못 넣는다는 게 업계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가 강화되니까 근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중소제약사는 CEO가 직접 현금다발을 들고 교수 연구실에 찾아가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조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수법이 교묘해져서 적발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는 제약사가 계열사의 법인카드를 의사한테 줘서 쓰게 하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고 보고 수사할 계획이다.

한편 이같은 리베이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면 제약사들의 매출이 오르는데 손 놓고 있을 제약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리베이트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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