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딜레마'…"돈없어 짓기 어렵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1.04.0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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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자금난 등으로 올 21만가구 공급 차질…사전예약·본청약 일정도 못잡아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과 수도권 민간주택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당초 올 한해 21만가구를 내놓기로 했던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은 사실상 물건너갔고 사전예약과 본청약도 시기조차 못잡고 있다.

우선 올 공급 목표는 LH 자금난으로 인해 절반 달성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9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발표한 '집없는 서민들을 위한 획기적인 주택정책'에 맞춰 2012년까지 3년간 수도권에 공급될 보금자리주택을 당초 40만가구에서 60만가구로 대폭 늘렸다. 연간 15만가구 수준이던 것을 20만가구로 5만가구나 확대한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딜레마'…"돈없어 짓기 어렵다"


하지만 공급 주체인 LH는 자금 사정 등을 감안, 올해 10만가구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도 이같은 LH 사정을 감안해 21만가구 달성은 어렵더라도 최소 올 한해 공급 규모를 12만가구 수준까지 끌어올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스스로 목표 달성율을 57%로 낮춘 것이다.

앞서 지난달 말 열린 'LH 경영정상화 워크숍'에서 국토부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사업에 LH가 인력과 자금을 우선적으로 투입할 것을 종용했다.



이같은 LH의 자금난과 함께 민간주택경기 침체로 사전예약과 본청약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 1월 시범지구인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에서 565가구에 대해 본청약을 실시했고 오는 6월 599가구 규모의 위례신도시 본청약만 예정돼있을 뿐이다.

시범지구인 하남 미사와 고양 원흥은 보상이 장기화되면서 본청약이 하반기로 미뤄졌다. 2차 지구인 구리 갈매, 부천 옥길, 시흥 은계, 남양주 진건 등도 사전예약은 실시했지만 보상 지연으로 본청약은 내년으로 늦춰졌다.

경기권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보상이 지연되는 이유는 서울 강남권보다 지구 면적이 넓어 토지 보상이 쉽지 않은데다, LH의 자금사정때문에 보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보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본청약과 착공은 불가능하다.


LH는 조만간 2차 지구의 보상을 위한 보상용 채권 4조원을 발행할 계획이어서 보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본청약 일정을 앞당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차 지구 중 사전예약을 하지 않은 광명 시흥과 성남 고등, 4차 지구인 서울 양원과 하남 감북은 아직 사전예약 일정을 못잡고 있다. 국토부는 민간주택 공급 상황과 미분양주택 현황 등 주택시장 여건을 고려해 사전예약 실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사전예약과 본청약을 무작정 연기할 수도 없는데다 시기가 늦춰진 사전예약과 본청약이 일시에 실시될 경우 민간주택시장이 개점휴업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어 시기를 또다시 조절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예약이나 본청약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게 목표지만 LH 경영정상화방안과 정부지원방안 때문에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 분양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지연된 사전예약과 본청약을 일시에 실시하기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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