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데이]美-中, 이번엔 재생에너지 전쟁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4.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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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시장 주도권 쟁탈전 치열…中, 막대한 투자 앞세워 초반 우위

편집자주 요즘 글로벌 정치경제 이슈에서 美-中 관계를 빼면 속된 말로 '앙꼬없는 찐빵' 신세입니다. G2의 '오늘(today)'에서는 두 플레이어들의 따끈한 소식들을 미주알 고주알전하겠습니다.

'G2'가 이번에는 재생에너지를 둘러싸고 정책과 기술, 시장 등에서 또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원전 사고와 중동 불안에 따른 고유가로 대체에너지 논의가 핫이슈로 자리하며 양국간의 경쟁 분야도 환율에서 에너지로 옮겨간 양상이다.

현재 앞서가는 쪽은 중국이고, 다급한 쪽은 미국이다. 지난 2008년 재생에너지 투자 1위국이었던 미국은 지난해 독일에 이어 3위로 밀렸다. 1위 자리엔 중국이 들어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관련 발언들에선 특유의 자신감 말고도 불안감과 초조함이 묻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주례 연설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미국 에너지 정책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생에너지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벤처기업들의 창업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전역에 새로운 재생에너지 기업과 상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원전 사고 등의 재앙과 중동 불안, 중국의 경기과열 등 외부 영향에 변동하는 유가에 더이상 휘둘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 로드맵을 밝힌 것이었지만 그의 속맘은 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월에도 미국이 '스푸트니크의 순간'(Sputunik moment)을 맞아다며 석유 의존을 줄이고 새로운 에너지 기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미국 내에서 울림은 크지 않았다. 당장 공화당이 다수의석인 하원은 미 에너지부의 2012년 에너지효율 재생에너지 프로그램 예산을 원안에서 35%나 삭감했다.

반면 국가 체제상 일사분란한 중국은 여러 면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단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보조금을 동원해 장벽부터 쳤다. 지난달 31일 중국전력규제위원회(CERC)는 올해부터 2년 동안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내수 시장을 보호하는 동시에 투자 확대를 이끌겠다는 의도다.

또 지난 1일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는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2020년 원자력 발전 생산 목표를 감축하고 대신 태양력 발전 생산 목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비화석 연료 에너지 점유율을 15%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며 12·5규획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에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5조 위안을 투자키로 했다.


중국은 특히 중국개발은행(CDB)을 앞세워 재생에너지 개발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세계은행(WB)보다 자산이 2배나 많은 이 은행은 지난해 태양력 및 풍력 관련 업체들에 2320억 위안(354억 달러)을 대출키로 결정했다. 이 기간 전체 대출액 6350억 위안 중 재생에너지 관련 대출이 28%나 차지했다. 또 이 은행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고문으로 있다. 미국을 압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중국은 이외에도 정부와 민간이 관련 업체들의 주식과 채권에 무려 544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신생업체들을 헤지펀드와 외국자본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정부 지원이 40억 달러 보조금과 160억 달러 대출 지급보증에 그쳤다. 총 투자 규모는 340억 달러 수준으로 독일의 412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같은 양상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스푸트니크'적 목표를 중국이 묻어버렸다고 묘사했다. 또 존 앤다 UBS 부회장은 "중국이 하는 걸 보면 정말 스마트하다"며 "확실한 정책 방향 없이는 도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처럼 전세계 각국은 중국을 경계의 눈길로 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앤터니 프로갯 연구원은 "중국은 대출 지원을 통해 태양력 업체들이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들보다 더 싸게 태양전지판 등을 팔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독일 태양전지 업체 코너지의 안드레아스 빌츠도르프 영업담당 임원은 "중국 기업들이 받는 대출 지원은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심경은 더욱 초조하다. 지난 17일 상원에너지위원회에서 미 재생에너지 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재생에너지 기술에서 미국의 등을 짚고 뛰어넘으려 한다"며 "만약 우리가 신속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재의 기회를 빼앗길 뿐만 아니라 경쟁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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