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혜택받게 아파트 빨리 지어달라"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1.04.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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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감면연장 발표후 집단민원 급증…부실공사 우려

편집자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 공사현장. 일요일 오전부터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기 위해 입주자들이 준공시기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준공을 앞둔 아파트단지마다 공사기간을 단축해달라는 입주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사용승인을 받고 잔금지급을 완료해야 취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기면 자칫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 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 공사 현장↑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 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 공사 현장


◇ 내년 1~2월 입주단지, "빨리 지어달라" 아우성

이런 현상은 부산뿐 아니다. 지난해말 9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 감면 1년 연장이 발표된 후 전국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선 준공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내년 초 완공을 앞둔 단지들은 1~2개월 차이로 세금을 1000만원 가량 아낄 수 있어 입주자들은 시공사에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내년 1월말 완공되는 경기 수원시 권선동 '아이파크시티 2차' 아파트 한 계약자는 "2차 계약자들의 경우 1차 계약자들보다 500만~10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입주를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게 아니냐란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수원시 이의동 '광교 래미안' 분양계약자도 "입주시 분양가 외에도 발코니 확장 등 추가비용이 많은데 입주자 입장에선 취득세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며 "올해 준공검사를 끝내도록 시공사와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취득세 혜택받게 아파트 빨리 지어달라"
당정이 '3·22 주택거래 활성화대책'을 통해 올해 말까지 9억원 초과 주택의 취득세도 현행 4%에서 2%로 감면을 추진하면서 고가아파트 단지 역시 '준공시기 앞당기기'에 가세했다. 분양가가 비싼 만큼 절세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분양가 12억원인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45㎡의 경우 내년 완공시 취득세를 5000만원가량 부담해야 하지만 올해 사용승인을 받고 잔금을 납부하면 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한 아파트 분양관계자는 "원래 고가아파트 구입자들은 세금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데 이번 대책이 나오면서 동요하는 분위기"라며 "다른 단지까지 민원이 확산될 것같다"고 귀띔했다.

◇ 건설사들 '난색', 세금 아끼려다 부실공사 우려도


건설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입주자들이 단결해 압력을 넣어 현장과 입주자들 간에 의견을 조율하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해외공사는 공사기간을 6개월 단축하면서 아파트는 한두 달 빨리 못짓느냐는 계약자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공사기간을 앞당기려다 부실공사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내년 1~2월 완공을 앞둔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2만7700여가구다. 이중 수도권에서 입주하는 단지만 약 1만7000가구에 달한다.

"취득세 혜택받게 아파트 빨리 지어달라"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표준공기 이하로 조기 완공할 경우 품질이 떨어지고 최초 분양자뿐 아니라 이후에도 매입자에게 이어져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며 "안전이 최우선이지 세금을 아끼기 위해 준공시기를 앞당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취득세 감면비율과 적용시기가 여러 차례 조정되는 데 대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8·29 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올해까지 9억원 이하 1주택 취득세 감면시기를 1년 연장키로 했고 지난달 다시 기존 9억원 이하 주택을 비롯,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현행보다 취득세를 50%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취득세 감면은 거래활성화를 위한 것이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는 수요자에게 몇천만원의 세제혜택 당근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재산권이 달린 세금을 자주 조정하는 것은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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