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 진퇴양난에 빠진 한나라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1.04.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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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반대하지만 선거 의식, 표현 못해····침묵으로 일관

한나라당이 전월세 상한제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내 안팎에서 전월세 상한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찬성도 반대도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선택한 방법은 '침묵'이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전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월세 상한제를 반드시 통과시켜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도 전월세 대란을 4대 민생대란 중 하나로 규정하고 전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다른 야당들도 여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월세 상한데 도입을 촉구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만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된 목소리는 반대에 가깝다. 전월세 상한제는 시장경제를 왜곡하고, 결과적으로는 전월세 가격 급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선거다. 가깝게는 오는 27일 재보궐 선거가, 멀게는 내년 4월 총선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섣불리 반대한다는 입장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서민층을 위한 정책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반대한다고 할 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다수의 서민들이 전월세 가격 급등에 고통 받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책도 없이 상한제에 반대한다고 비판하면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당내 이견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책위원회 산하 서민주거안정 태스크포스(TF)가 지난달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가 포함된 법안을 발의하는 등 당내에는 전월세 상한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다. TF에서 내놓은 법안은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 한해 상한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이지만,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포함되는 만큼 실제 효과는 야당의 전면적 전월세 상한제와 흡사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심재철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당의 고민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심 의장은 당초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괜찮은 아이디어"라며 "법률안이 구체화되면 당 지도부에 보고하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심 의장은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추진할 생각이 없다"며 입장을 180도 선회했다.


심 의장의 발언 이후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전면적 전월세 상한제는 반대하되, 부분적 상한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당론을 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현재 정책위에서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다"며 "부분적 상한제를 발의한 의원들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이를 당론이라고 결정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중요한 정책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경제통 의원은 "이런 사태는 당이 뚜렷한 지향점이 없고, 당의 정책 기능이 약화됐다는 방증"이라며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일이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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