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샨이(山一)중공업, 후쿠시마 제1원전 고마워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4.0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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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재난구조 효과로 싱글벙글..원자로 냉각에 독일 펌프차 따돌리고 활약

‘중국 제조업’하면 많은 사람들은 ‘염가(가격저렴)’과 ‘낮은 품질’을 함께 떠올린다. ‘세계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제조업에 대해 한때 ‘스웨터 1억장을 만들어 팔아야 보잉 제트여객기 한대를 살 수 있다’는 비아냥마저 있었다.

하지만 ‘싸구려’ 중국 제조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국제적 관심을 많이 끄는 재해현장에서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기계로 인명 구제와 재해복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기는 작년 10월에 있었던 칠레 구리광산 붕괴 현장. 당시 중국의 샨이(山一)중공업은 자체개발한 SCC4000형 크롤러 크레인을 활용해 60일 동안 무너진 갱 속에 갇혀 있던 33명의 광부를 구해냈다.

당시까지만 해도 샨이중공업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도호쿠 대지진 및 쓰나미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피해를 입어 방사능이 누출되면서 샨이중공업은 혜성처럼 등장했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것은 지난 3월31일 낮12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주수(注水)작업에 투입된 62m 짜리 콘크리트 펌프차. 샨이중공업이 자체기술로 만든 이 콘크리트 펌프차는 방사능 누출로 접근이 어려운 1호기에 주수작업을 원활히 수행하고 있어 원자로 온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 펌프차는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주수작업을 위해 먼저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샨이중공업은 인도정신에 따라 일본적십자 측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해서 무상으로 제공됐다.

샨이중공업은 지난 3월19일 62m 펌프차를 선적, 밤낮없이 항해해 3월27일 12시에 일본에 도착한 뒤 필요한 사전 조작 및 훈련 등의 준비를 거친 뒤 3월31일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에 투입됐다.


원래 일본은 샨이중공업의 62m 펌프차를 요청하기 전, 독일의 56m 짜리 코끼리 펌프 1대를 주문해 일본으로 이동중이었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길이가 짧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정돼 샨이중공업으로 바꿨다.

펌프차의 경쟁력은 바로 펌프의 길이. 원래 고난도 기술이어서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과 미국의 독점에 있었다. 하지만 샨이중공업은 오랜 기간 연구 끝에 1998년에 자체개발에 성공했다. 샨이중공업은 그 뒤 펌프의 길이를 37m에서 72m까지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연간 4000여대의 펌프차를 생산하고 있다.



샨이중공업은 작년 칠레 광산 인명구조와 이번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냉각에 자체개발한 중장비로 큰 역할을 해냄으로써, 중국 제조업이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고 한단계 도약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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