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모드' 일본에 때 아닌 ‘자숙 논쟁’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4.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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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숙해야" vs "이럴 때일수록 소비해야 빨리 일어선다" 공방

대지진 및 쓰나미의 자연재해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에서 때 아닌 '자숙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국화인 벚꽃(사쿠라)이 본격적으로 피면서 '사쿠라 축제'가 벌어지는 계절이지만 '재해를 당한 사람들을 생각해 자숙하자'는 자숙론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권력으로 자숙을 강요하는 것은 국민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론과 함께 지나친 자숙은 위축된 경제를 더욱 움츠러들게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벚꽃축제 등을 자숙해야 한다는 이시하라 도쿄지사의 말에 대해 "공권력으로 국민의 행동을 억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론을 제기한 렌호 행정쇄신담당 장관.벚꽃축제 등을 자숙해야 한다는 이시하라 도쿄지사의 말에 대해 "공권력으로 국민의 행동을 억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론을 제기한 렌호 행정쇄신담당 장관.


렌호(蓮舫) 일본 행정쇄신담당장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자유로운 행동과 사회활동을 권력으로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사쿠라 축제 등에 대해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술 마시고 흥청거리며 놀 상황이 아니다"라며 자숙을 촉구하고 있는 데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렌호 장관은 또 '일부에서 편의점의 심야영업을 자숙해야 한다'고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야간의 전력은 현 단계에서 상당히 여유가 있다. 편의점과 자판기에서 쓰는 심야 조명은 치안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편의점 심야영업 자숙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력이 있는데도 경제활동을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것이 일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마치무라(町村) 전 관방장관은 마치무라파 총회에서 "자숙 분위기로 모든 것이 위축되고 있다"며 "지나치게 화려한 것은 조금 자숙해야 하겠지만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자숙인지를 잘 따져보고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나친 자숙 분위기는 소비를 줄여 경제전체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며 "결혼식 졸업식 사은회 입학식 신입사원환영회 등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는 지나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행사들을 하지 않음으로써 호텔과 관련제품 납품률이 30~70%나 줄어들고 있다"며 "자숙 분위기라서 고시엔(甲子園, 일본 전국고등학교 야구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종과 북을 치지 않고 있지만 사람들은 당당히 야구를 하고 구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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