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헤지펀드 뜯어보니 '부자들만 할만하네'

머니투데이 임상연, 엄성원, 기성훈 기자 2011.04.0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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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모형 재간접펀드..진입장벽 높고 보수도 4%로 비싸, 환매도 까탈

금융위원회가 '한국형 헤지펀드(Hedge Fund)' 도입을 발표하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직접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없는 국내 증권 및 자산운용사들은 해외의 유수 헤지펀드와 손잡고 펀드오브펀드(Fund of funds) 형태인 재간접 헤지펀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 헤지펀드가 도입되기 전에 고객을 확보하고, 이름을 알리는 시장선점 작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재간접 헤지펀드는 상품유형 및 투자전략에 따라 리스크나 기대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또 재간접펀드 구조상 보수가 비싸고, 환매 절차도 까다로워 '절대수익추구'라는 환상만 갖고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헤지펀드 공모와 사모 차이점은?
현재 국내에 출시된 헤지펀드는 거의 대부분 재간접 헤지펀드로 공모와 사모형,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선보인 재간접 헤지펀드는 공모형 1개, 사모형 43개가 있다.

그러나 투자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레버리지 등 다양한 투자기법을 활용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순수한 의미의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사모형 재간접 헤지펀드다. 이는 투자대상인 해외 헤지펀드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국내 공모펀드는 사모펀드 투자가 금지돼 있다.



그렇다면 공모형 재간접 헤지펀드는 무엇일까? 시스템트레이딩, 롱숏 등 일부 법적으로 허용된 헤지펀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해외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공모펀드의 레버리지, 공매도 등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헤지펀드 대부분은 사모펀드로 설립, 운용된다.

공모와 사모형 재간접 헤지펀드는 해외 헤지펀드 투자비중도 크게 차이가 난다. 공모형은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1개의 펀드에 20% 이상 투자할 수 없다. 반면 사모형은 5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이를 테면 공모형은 최소 5개 이상의 해외 헤지펀드(공모)에 분산투자해야 하지만 사모형은 단 2개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리스크나 기대수익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업계관계자는 "국내에 헤지펀드가 도입된다고 해도 공모가 아닌 사모펀드로 운용되기 때문에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개인들은 지금처럼 헤지펀드 투자전략을 활용하는 해외펀드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 보수 높고, 환매 까다로워
삼성, 대우, 우리, 미래,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사모형 재간접 헤지펀드는 가입금액이 최소 5000만원~1억원 이상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투자대상인 해외 헤지펀드가 최소 50~100만불 이상만 투자를 받기 때문이다.

재간접 펀드 특성상 보수도 일반 펀드에 비해 비싸다. 사모형 재간접 헤지펀드의 보수는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1.35%~2%(선취수수료 1% 포함) 정도로 일반 해외 주식형펀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국내 증권사(판매사)와 운용사가 가져가는 것일 뿐 투자대상인 해외 헤지펀드의 운용보수(평균 2%)까지 합치면 연간 총 비용은 3.35%~4%에 달한다. 또 목표수익률 이상 수익을 낼 경우 20% 가량의 성과보수도 내야한다.

공모형 재간접 헤지펀드는 사모형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반 펀드보다 비싸긴 마찬가지다. 실례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글로벌오퍼튜니티증권펀드'는 총 보수는 1.568%로 낮지만 투자대상 해외펀드의 운용보수까지 합치면 2.568%에 달한다.

환매도 까다롭다. 사모형 재간접 헤지펀드는 환매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있는 경우가 많고 환매해서 돈을 받기까지도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공모형 역시 영업일 기준 15일 정도가 걸린다. 월초에 환매를 신청하면 월말이 돼서야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재간접 헤지펀드의 목표수익률은 통상 7 ~10% 정도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은 대부분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사모형이 많아 운용성과를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설정이후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대형증권사 한 상품개발담당자는 "헤지펀드라고 꼭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수익률도 상품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일반 펀드에 비해 보수가 높고 환매 등도 까다롭기 때문에 가입 전에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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