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가 수익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1.04.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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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이크]청계광장

글로벌위기 이후 금융산업에는 강력한 재규제의 움직임을 포함해 수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그중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전략의 변화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금융위기 전의 경우 리스크관리 전략은 상당 부분 기술적이고 통계적인 접근이 주류를 이루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위 VaR(Value at Risk) 접근 방법이었다.

이는 현재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을 기준으로 향후 일정기간 내에 최대로 가능한 손실액수를 나타내는 숫자다. 물론 이 숫자를 계산하려면 여러 가지 가정과 통계적 기법이 필요하다. 기간은 대부분 영업일 기준으로 10일 정도, 즉 2주 정도로 가정되고 통계적 기법을 동원하여 대개 99%의 확률, 즉 1%의 오차를 전제로 가능한 최대손실액이 계산된다. 물론 이 숫자가 잘 계산된다면 금융기관은 가능한 손실액수 내지는 VaR보다 큰돈을 자기자본으로 들고 있기만 하면 파산은 피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야말로 금융기관이 예기치 못한 손실을 막는 최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적 기법을 이용한 정교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위기가 닥치자 금융기관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가정을 통해 산출된 숫자들이 위기국면에서 영 맞아 떨어지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숫자를 중심으로 한 접근에 대한 반성이 나타나고 위기 국면을 거치면서 통계적이고 정량적인 접근과 함께 정성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인 리스크 성향(Risk Appetite : 이하 RA)을 토대로 한 리스크관리 전략이다. RA는 금융기관이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택하게 되는 각종 리스크의 양과 종류를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을 하게 되면 위험의 종류와 수준을 미리 정해놓는 작업이 선행된다. 그리고 리스크관리는 각종 비즈니스와 떨어져서 따로 관리되는 작업이 아니라 일상적인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항시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이 된다.



예를 들어 상당히 많은 지표들을 동원하고 이 지표들 하나하나 마다 한도나 목표를 정한 후 모든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미리 정한 목표치를 달성하는가, 혹은 미리 정한 한도치를 벗어나지는 않는가 하는 것을 상시적으로 고려하면서 각종 의사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결국 리스크관리는 기업의 수익성 및 성장성 관리와 함께 동시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이 되면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차원에서도 일일이 챙겨야할 중요한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제 기계적이고 통계적인 것만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정성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VaR식으로 중심지표를 하나만 정하는 식이 아니라 각종 중요한 지표를 동시에 여러개 챙기는 것을 포함하여 위기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다양한 조기경보지표들을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것도 리스크관리에 포함되게 된다.

금융기관의 영업행위는 리스크를 택하는 과정이다. 리스크를 일정 부분 감내해야 수익이 나온다. 리스크 없이는 수익이 창출되지는 않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거치면서 리스크관리기법은 보다 성숙해지고 있다. 기계적이고 통계적인 접근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러한 접근만으로 리스크관리가 가능하다는 식의 자신감 있던 태도에서 이제는 좀 더 겸손하게 접근을 하되 일상적 의사결정 하는데 있어서 리스크관리가 실행되는 수준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서 리스크 관리가 보다 고도화되고 동시에 일상화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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