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기청 '무늬만 中企'라도 만사OK?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2011.03.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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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기청 '무늬만 中企'라도 만사OK?


"중소기업청의 법 개정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건만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중소기업 인증이라뇨. 이젠 더 이상 참지 않고 모든 수단을 강구해 '위장 중소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를 막을 겁니다." (허성회 가구산업발전 비상대책위원장)

가구업계가 요즈음 시끄럽다. 지난해 '편법 분할' 논란을 일으키며 사무용 가구 1위 퍼시스 (50,000원 ▼1,000 -1.96%)에서 분할된 팀스 (28,650원 ▲150 +0.53%)가 중기청으로부터 '중소기업 인증'을 받자, 중소 가구업체들은 격앙됐다. 정부가 업계 1위 업체의 계열사인 팀스에 대해 조달시장의 참여를 공인해줘 중소 가구업체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허 위원장은 "뻔히 보이는 편법을 아직 시행 전이라 법을 못 고치겠다는 중기청의 행태는 다시금 '공무원스럽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믿었던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비대위는 지난 25일 중기청을 상대로 '팀스의 중소기업 확인' 건에 대한 행정소송과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해선 '직접생산확인에 대한 가처분소송'을 거는 등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정부는 2009년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공공조달시장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한 중소기업기본법을 마련했다. 참여 제한을 두는 기준은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자기자본 500억원을 초과하는 업체들이다. 다만 중견 업체들의 반발과 법 시행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년 유예를 둬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사무가구 1위인 퍼시스는 3년 유예기간동안 조달사업 철수가 아닌 기업분할을 통한 사업 강화를 택했다.



지난해 전체 가구조달시장 규모는 5000억원으로 대략 300여개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1억원 미만 수주한 중소업체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퍼시스는 1000억원 이상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가구 업체들이 특히 올해를 문제 삼고 있다. 3년 유예라는 점 때문에 조달시장에서 퍼시스와 팀스가 아예 함께 입찰에 뛰어들어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중소 업체들은 더욱 시장 진입할 여력이 없어지게 되고 이들 업체의 입지만 강화될 것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퍼시스, 한샘 (60,200원 ▼1,000 -1.63%)과 더불어 가구업계 '빅3'인 리바트 (9,280원 ▲60 +0.65%)는 퍼시스와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경규한 리바트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조달 관련 사업부를 지분에 얽매이지 않고 깨끗하게 분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구업계의 진정한 '동반성장' 모델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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