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안전한 한국으로 오세요.." 日부품기업 유치 세일즈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1.03.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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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지진 이후 한국 진출 관심 엿보여...2012년까지 최소 10개 유치

#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 소속 A사무관은 요즘 일본 부품소재 기업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1차적인 목표는 일본 대지진으로 기업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목표가 있다. 일본 업체 중 한국에 공장건설을 희망하는 곳을 찾는 것이다.

그는 최근 일본 부품소재 기업들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자 우리나라처럼 가깝고 안전한 곳에 공장 설립을 원한다는 얘기를 접했다. A사무관은 29일 "일본 현지 정보통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국내 진출 희망 업체들을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세계일류 일본 기업들을 많이 유치해 국내 부품소재 산업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일본 부품소재기업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다. 일본 대지진과 원전폭발 이후 일부 현지 기업들이 해외 이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경부는 지난 2008년 조성된 전국 5개 부품소재 전용공단에 2012년까지 최소 10개 이상의 일본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현재 2개 기업이 입주를 마쳤고, 올 하반기에 3개 기업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지진에 안전한 한국으로 오세요.." 日부품기업 유치 세일즈


부품소재 전용공단은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을 다녀온 후 국내에 조성했다. 구미(25만5469㎡) △포항(32만7240㎡) △부산(7만1368㎡) △진해(32만8185㎡) △익산(32만440㎡) 등 5개 공단이 외국인 투자구역으로 지정됐다.



구미에는 지난해 일본 태양전지 부품 기업과 미국의 차량용 축전지 업체가 둥지를 틀었고 오는 9월에는 일본의 2차 전지 기업이 새롭게 자리를 잡는다. 부산에 일본의 자동차 부품 회사가 입주했고 미국과 중국의 자동차 부품 회사가 입주한 익산에도 6월 이후 일본 업체 2곳과 미국 업체 1곳이 추가로 들어선다.

지경부가 이처럼 일본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부품소재 무역수지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는데도 유독 일본과의 교역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에 안전한 한국으로 오세요.." 日부품기업 유치 세일즈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부품소재 무역 흑자는 513억 달러 규모였다. 그런데 유독 일본과는 20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일본은 우리나라 최대 투자국 중 하나지만 2007년 이후 투자가 정체된 상태다. 일본 기업을 유치하면 수입대체 효과(수출 증가)를 누릴 수 있다. 또 일본 업체들이 공단에 많이 들어올수록 선진기술 유입 촉진, 다양한 분야 투자 유발, 고용창출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일본 부품소재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28일 무역협회 최고경영자 조찬강연에서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부품소재 조달 차질 문제는 장기적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한다"면서 "이를 위해 일본 부품소재 산업을 한국에 진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에서 부품을 생산하면 위험분산 효과가 있다"고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한국진출이 양국에 윈윈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몇몇 일본 기업들이 한국 등으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미 조성된 부품소재 공단에 도시바 등 세계적 수준의 일본 기업을 유치해 우리 부품소재 산업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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