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폴리실리콘 長考'

더벨 김익환 기자 2011.03.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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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이 기사는 03월25일(08: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기업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요즘 ‘폴리실리콘’에 꽂혀있다. 태양전지의 핵심소재여서 ‘돈 되는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내놓는 굵직한 ‘폴리실리콘’ 설비투자 계획만 봐도 명백하다. OCI는 2012년 10월까지 1조8800억원을 투입해 폴리실리콘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정밀화학은 미국의 MEMC사와 함께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설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KCC와 합작한 KAM을 통해 현재 6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설비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석유화학업계 선두인 LG화학 (397,000원 ▲500 +0.13%)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무려 3년째 폴리실리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2008년 4월 처음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한 포부를 밝혔었다. 하지만 본격 투자는 차일피일 미뤘다. LG화학 실적발표회 때마다 단골질문으로 폴리실리콘 진출 여부가 올라왔다. 그때마다 김 부회장은 “검토하고 있다”거나 “다음에 밝히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LG화학이 폴리실리콘 투자에 고심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 부회장이 지난 1월 열린 실적발표회 때 밝힌 것처럼 폴리실리콘 사업이 더는 ‘장밋빛’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화학기업 바커와 한국 OCI가 폴리실리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이민석 산은 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시장은 과점이 80%까지 이뤄진 상태다”며 “업계에 안착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최소한 1만톤의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1만톤 생산설비를 갖추려면 대략 1조원가량이 소요된다. 기회비용은 큰 편이다. 폴리실리콘 사업으로 돈을 투자하기보다 궤도에 오른 신사업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실제로 LG화학은 정보전자소재에서의 실적은 두드러진다. GM과 볼보 등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 향후 2년 안에 선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물론 LG화학의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도 충분히 장점이 있다. 이민석 연구원은 “LG실트론이 LG화학이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쓸 것”이라며 “LG화학이 후발주자이지만 수직계열화에서 유리하고 글로벌 기업이라 기술력이나 자금력도 있어 이 사업에 진출해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전략적 의사 결정이 시장에 공개될 시점은 다시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투자를 하겠다는 결정이라면 시장의 과점이 더 진행되기 전에 단행하는 게 LG화학으로선 현명한 판단이다.

반대로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 일찌감치 접는 게 바람직하다. 차일피일 시간을 미룬다면 사업전략에 변수만 늘어나게 된다. 또 다른 투자계획을 짤 때도 걸림돌이 될 여지가 크다.

물론 LG화학의 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문제는 장고(長考)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에 대한 긴 고민이 경영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고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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