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부상 '수이커'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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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외 대리구매 2조원, 전년비 140% 증가

중국의 지난해 역외 대리구매 규모는 전년보다 140% 늘어난 120억위안(약2조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런민르빠오(人民日報)가 28일 보도했다.

역외 대리구매란 외국에 나가는 사람이 중국내에 있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 물건을 대신 사다 주는 것을 가리킨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화장품 및 액세서리 등처럼 중국 안에서 사는 것보다 외국에서 사는 것이 훨씬 싸고 질이 좋은 상품에 많이 애용된다.



광저우(廣州)에 사무실이 있는 한 언론사의 리샤오리(가명)은 ‘디지털대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평면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상품이 유행하기 전에, 홍콩에서 대리 구매해 초기적극사용자(early adaptor)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피부보습제와 화장품 및 액세서리 등도 거의 대부분 대리구매를 통해 장만한다. 대리 구매는 일종의 기호가 될 정도. 친한 친구가 홍콩에 갈 때마다 그는 대리구매할 리스트를 만들어 친구에게 부탁한다.

대리구매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명품 화장품과 핸드백 등을 홍콩에서 살 때 가격이 중국 내에서 살 때보다 10~30%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광저우의 쫑신(中信)광장에 있는 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왕링링도 “대리구매는 채산이 맞는 장사”라고 밝혔다. “미국에 출장 가는 친구에게 부탁해 명품 여자용지갑을 샀는데 700달러(약4600위안, 78만원)이었다. 중국 안에서 사려면 7000위안(119만원)을 줘야 하니깐 34%나 싸다”는 설명이다.

가격 뿐만 아니라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의 경우 중국 안에서는 와이파이 전용만 살 수 있다. 하지만 와이파이 무선신호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중국에서는 아이패드는 게임용으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3G겸용 아이패드를 살 수 있는데, 이것은 3G 인터넷카드만 꽂으면 즉시 사용할 수 있다.

가격과 상품 선택폭 측면에서 유리하다 보니 대리구매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리구매를 전업으로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보따리 장사격인 ‘수이커(水客, 전문 대리구매업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100위안짜리 장난감을 한국에서 대신 사다 주면 10위안을 받는 식이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선전세관에서 지난해 10월 중순, 아이폰4 부품을 몸에 지니고 있는 여러 명의 수이커를 적발했다. 그 중 한명의 수이커는 몸에 70개의 스마트폰 부품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수이커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수이커들이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개미가 조각조각을 모아 큰 성을 쌓는 것처럼, 각자가 부품 몇 개씩을 사들여 중국 안에서 대규모 완제품을 조립해 파는 형태다.



중국인들이 대리구매에 나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다. 이삿짐이 오갈 때나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 항공승무원 등에게 부탁해 해외에서 물건을 사서 들여오면 중국에서의 높은 세금을 면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대리구매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우편으로 구매하는 해외상품의 면세최저한을 500위안에서 50위안으로 낮췄다. 또 5000위안을 초과하는 개인 휴대품의 경우 초과분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가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중국의 대리구매 인기는 쉽게 사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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