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겠다'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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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지역마다 지급되는 의식주 차이로 불만 표출

대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지 3주일째. 자연의 엄청난 파괴력에 어쩔 수 없는 사랑하는 가족과 살던 집을 잃는 고통을 안은 채 피난지에서 고통스런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25만명을 넘고 있다.

그들은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한다’는 삶의 의지를 서로 격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괴롭히는 건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만이 아니다. 피난지역에 따라 지급되는 먹는 것과 입는 것, 그리고 잠자리가 차이가 나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산케이에서 보도한 ‘자연재해’에 덧씌운 ‘인재(人災)’에 고통받는 현장을 소개한다.



옷 음식 주거, 모두 그다지 부족하지 않은 피난생활

27일 아침, 약200명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센다이(仙台)시 와카바야시(若林)구에 있는 로쿠고(六鄕)중학교에는 된장국과 포장된 규동(일본식 소고기 덮밥), 카레 등이 지급돼 전자레인지 앞에는 이것을 데워 먹으려는 사람이 길을 길게 늘어섰다. 정리역할을 맡고 있는 고노(小野, 61)씨 “현재 물자가 부족해 곤란을 겪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루 3번 음식이 지급되는 아오바(靑葉)구의 아사가오카 소학교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기쿠치(64)씨는 “자원봉사자가 만든 된장국(미소시로)가 정말 따듯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약 500명이 몸을 의탁하고 있는 이와테현 오츠치마치의 오츠치 고등학교에서도 하루에 3번의 식사가 제공되고 있다. 속옷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옷과 담요도 충분히 지급되고 있다. 의료진도 상주하고 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와콴(61)씨는 “사치라고 말하면 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1500명이 생활하는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마치의 ‘베이 사이드 아리나’에서는 자위대가 제공한 목욕탕에서 매일 목욕할 수 있다. 피난자는 “지금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다”며 전국에서 보내주는 지원에 감사를 표시했다.


대지진 쓰나미에 목숨과 재산을 잃은 것도 서러운데…

하지만 1000명 가까이 피난해 있는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가쓰마소학교에서는 지진 후 며칠동안 음식이 전혀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생리용품 등도 지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만이 많다. 파트타임 점원인 기무라(44)씨는 “식사는 하루 2번 지급되며 그것도 주먹김밥(오니기리)과 빵 뿐이다. 손자가 어리기 때문에 영양이 부족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무직인 기무라(70)씨도 “다른 피난소는 하루에 3번 식사를 준다고 들었다”며 불멘소리를 했다.



이시노마키시 중심에서 산을 끼고 떨어져 있는 오가츠마치는 당초 고립돼 주민들은 잡은 물고기와 통조림을 나눠먹으며 버텼다. 최근에는 자위대가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그곳에 피난해 있는 한 사람은 “지진이 난 뒤 목욕한 것은 단 한번뿐”이라고 밝혔다. 집과 직장이 휘쓸려 모두 잃은 이마노(53)씨는 “이제 이곳에서 살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약20명이 피난해 있는 이와테현 가마이시시 唐丹마치의 소방센터에서 마을 부회장인 아베(59)씨는 “구호물자로 지급되는 의류가 모두 겉옷이어서 속옷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휠체어 생활을 하는 모친(85)과 함께 피난해 있는 주부(61)는 “의사가 상주하지 않고 이 지역 저 지역 돌아다니는 의사가 약을 며칠치 밖에 안준다”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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