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의 수능 향상 효과 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1.03.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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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상위층에 집중되면서 과대평가…소모적 점수 경쟁 유발 제도 개선해야

사교육 보다 자기주도학습의 수능점수 향상 효과가 더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부모들이 상위권의 집중 투자만을 보고 사교육의 효과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왜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가?' 보고서에 따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 시간 및 사교육비 증가에 따른 성적 향상 효과는 더욱 줄어들며 성적 향상 효과도 주로 그해의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하위권 학생들의 학습 보충보다 상위권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을 위한 사교육 투자가 집중되면서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성적이 좋았을 학생이 사교육을 하는 것을 보고 사교육의 효과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3 때 사교육 시간의 수능점수 상승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수학 과목의 사교육 시간이 주당 1시간 많았을 때 수리 영역 백분위가 1.5 정도 높았다. 그러나 국어 과목은 0.5 높은 수준이었고, 영어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또 사교육 시간이 증가할 수록 성적은 비례적으로 상승하기보다 향상 폭이 줄어들어 과도한 사교육 효과가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반면 혼자 공부한 시간은 수능 주요 영역에서 고르게 매우 뚜렷한 수능점수 향상 효과를 나타냈다. 수학 과목의 경우 혼자 1시간 더 공부하면 수능 백분위는 1.8~4.6까지 상승했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통한 '배움'이 있더라도 혼자서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익힘'의 과정이 없으면 수능에서 고득점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교육보다 자기주도 학습의 경험이 많을 수록 대학학점, 최종학력, 취업후 임금과 같은 중장기적 성과도 우월했다. 대학 학점은 고교때 사교육에 의존했을 수록 낮고 혼자 공부한 시간이 길수록 높았다.

KDI는 사교육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입학전형 개선 △진로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르도록 사교육 유도 △학교 수업 방식과 평가방식 개선 △다양한 학습 보조 프로그램과 방송 콘텐츠 개발 △배움의 즐거움 통한 자기주도학습 능력 배양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DI는 우선 입학전형을 개선해 아주 작은 점수 차이로 순위를 정하고 이에 따라 운명을 결정하는 시험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은 있지만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수능점수 1~2점보다 적성과 인성, 잠재력과 의욕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사교육을 받더라도 선행·반복 학습 위주의 획일적인 사교육보다 각자 진로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르는 사교육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셋째 협동보다 경쟁을 조장해 불안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학교 수업방식과 평가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등학교에서도 서술식 평가와 평점을 도입하고 절대평가 방식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넷째, 양질의 인터넷 강의 등 다양한 학습보조프로그램과 방송 콘텐츠를 개발하고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여야 하며, 마지막으로 누구나 자기주도학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아주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사교육의 평균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입증된다 하더라도 학부모 등 사교육 수요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교육과 자기주도학습 효과에 대한 인식 수준 제고와 함께 소모적 점수 경쟁을 유발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나갈 수 있는 평생학습의 의지와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은 비단 사교육 대책이 아니라 향후 국가인적자원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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