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타임스퀘어, 1층·5층 임대료 같은 이유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11.03.29 08:32
글자크기

[MT가 만난 건설인]강재준 RDN컨설턴트 대표


- 건축설계사→회계사→컨설턴트 행보
- 한국부동산 특성 살린 사업기법 적중


↑강재준 RDN컨설턴트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강재준 RDN컨설턴트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쇼핑몰은 보통 1층이 비싸고 위층부터는 분양가나 임대료가 싸죠. 하지만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경우 1층과 5층 상점은 임대료 차이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부동산 개발 컨설팅업체 RDN컨설턴트의 강재준 대표(58·사진)의 답은 간단했다. A와 B상점의 임대료가 같다는 것은 두 상점에서 같은 장사를 할 경우 같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층과 5층 상점의 기대수익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강 대표는 "1층에 비해 손님들이 찾기 어려운 5층에 휴식·문화공간을 설치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이어지게 한다면 5층 임대료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분양방식의 쇼핑몰의 경우 불가능한 운영방식으로, '타임스퀘어'가 임대·관리방식의 복합쇼핑몰이기에 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근 대규모 복합개발이 잇따르면서 임대·관리방식이란 개념이 많이 알려졌지만 '타임스퀘어' 이전까지만 해도 강남 '코엑스몰' 정도를 제외하면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은 국내에 전무했다.



강 대표는 1999년 '타임스퀘어' 부지개발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받고 경방에 당시 국내에선 생소한 임대·관리형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다. 모험의 결과는 대박이었다. 개관 6개월 만에 3500만명이 방문했고 매출 1조1000억원을 올렸다.

 강 대표는 "임대·관리방식으로 쇼핑몰을 활성화한 뒤 펀드나 다른 운영사에 매각하면 분양보다 몇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선진국에선 일반화된 개발방식"이라고 말했다.

 복합개발 컨설팅 섭외 1순위로 꼽히는 강 대표에게 부동산 개발 관련 사업은 운명이었던 것 같다. 1975년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강 대표는 정림건축에서 당시 명동 외환은행 본점 설계에 참여하는 등 잘나는 설계사였다.


하지만 1978년 돌연 미국 유학길에 떠나 뉴욕 딜로이트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서 제2의 인생을 맞는다. 건축 자체보다 경영에 관심이 있어 경영학석사(MBA)에 도전했고 유학시절 노력의 증표 정도로 딴 미국 회계사 자격증 때문에 뉴요커가 됐다. 돌발의 연속이 이끈 인생이다.

하지만 숙명은 그를 다시 부동산 개발사업 쪽으로 끌어들였다. 1991년 귀국해 경영컨설팅업체 서울인터그룹을 창업한 그에게 처음으로 시련이 닥쳤다. 당시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업체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하면서 설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강남 리츠칼튼호텔의 라이선스 도입을 추진한 것을 계기로 강 대표는 부동산 개발 컨설팅으로 사업영역을 특화해 돌파구를 찾기로 결심했다. 강 대표는 "부동산의 경우 한국적 특성이 강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밀물처럼 사업 기회가 찾아왔다. 상암DMC, 판교알파돔, 은평뉴타운, 로봇랜드 등 알 만한 복합개발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강 대표는 이후 RDN(Realestate Development Network)컨설턴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강재준 대표는=△1975년 홍대건축과 졸업, 정림건축 입사 △1981년 텍사스주립대 MBA, 뉴욕 딜로이트 입사 △1984~1991년 아서앤더슨 디렉터 △1992년 서울인터그룹 창업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