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여주인 살린 애견, 산책길 반대인 대피소로 이끌어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26 15:12
글자크기
목숨을 살려준 애견, 허브와 피난소에서 지내고 있는 아카누마 씨. <br>
▲사진출처: 요미우리신문목숨을 살려준 애견, 허브와 피난소에서 지내고 있는 아카누마 씨.
▲사진출처: 요미우리신문


애견(愛犬)이 80대 할머니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와테현 미야코시에 사는 아카누마 타미(83)는 함께 사는 애견, 허브 덕분에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에서 안전하게 대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지진이 발생하고 쓰나미가 휩쓸려 오기 전 30분 동안 허브는 아카누마 씨를 대피소인 다카타이로 이끌었다.

할머니는 해안에서 약200m 떨어진 미야코시의 다로카와 변에 살고 있었다. 그가 허브와 함께 자택의 거실에서 있는데 지진으로 집이 크게 흔들렸다. 형광등이 꺼지자 허브는 머뭇거리지 않고 주위를 뛰어 돌면서 꼬리를 세게 흔들고 코로 킁킁거렸다.



아카누마 씨는 "산보 가기에는 아직 이른데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면서 현관을 나서려고 하는데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는 방송이 나왔다.

다로우 지구에서 900명 이상의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희생됐던 1933년의 쇼와 산리쿠지진을 체험했던 아카누마 씨는 "피난해야 한다"고 말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허브도 세차게 뛰어나가며 항상 다니던 산보코스와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그 곳은 쓰나미를 피할 수 있는 다카타이(고지대)로 향하는 길이었다.



아카누마 씨의 걸음걸이가 늦어지면 허브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처럼 할머니를 뒤돌아보다, 할머니가 가까이 오면 다시 빨리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반복하다보니 자택에서 약 1km 떨어져 있는 피난소의 급한 언덕을 한숨에 올라갈 수 있었다.

대피소에 도착해서 뒤돌아보니 걸어오던 길은 이미 쓰나미에 휩쓸렸고 자택도 탁류에 잠겼다. 평상시에는 산보 가기를 꺼리던 허브의 행동에 아카누마씨는 "쓰나미를 예감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가사의하다는 표정이다.

허브는 지금 근린 지구에서 아카누마 씨 등 주민 60여명과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12세 생일이던 지난 23일에는 마음에 들어하는 핑크빛 옷을 빨아 입혔더니 아주 즐거워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