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지구, 강남 재건축 판도 흔들까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1.03.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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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서울시,개포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안 통과

강남 아파트 바람을 다시 한번 몰고 올 것인가? 개포지구발 재건축 추진이 침체된 부동산시장의 추진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단 청사진을 펼쳐보자. 3월23일 발표된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안을 살펴보면 개포택지개발지구는 규모에서부터 화려하다. 사업대상지는 개포를 비롯해 도곡·일원까지 3개 동에 걸쳐 393만7263㎡로, 택지지구 내 아파트 단지가 32개나 된다. 주공 1~4단지를 비롯해 개포시영, 한보 미도, 우성 1·2차 등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만도 10개다.

현재 개포지구 내 가구수는 2만8704가구다. 앞으로 1만2431가구가 추가로 늘어 4만1135가구가 된다. 규모로만 보자면 평촌 신도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어떻게 바뀌나



서울시의 개포택지개발지구 제1종지구단위 재정비안에 따르면 이곳의 스카이라인이 크게 바뀐다. 기부채납 규모에 따라 최고 35층, 평균 18층 수준까지 높아진다.

서울시는 개포지구를 ‘개포여울마을’로 명명했다. 양재천-달터그린공원-대모산을 잇는 생태통로를 설치해 친환경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초 50층까지 논의하던 최고층의 높이를 35층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스카이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생태형 주거단지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의지에 따라 개포지구의 녹지면적도 늘어나게 됐다. 79만㎡에서 87만㎡로 늘어 전체면적의 22.1%가 공원 등 녹지면적이다. 도로면적은 65만㎡에서 79만㎡로 3.5%포인트 늘어난다.


상한용적률 230%가 적용됨에 따라 소형주택 비중은 늘었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이 당초 계획보다 275가구 늘어난 4080가구다. 하나의 가구를 두개로 분리해, 임대 또는 분할 사용이 가능한 부분임대주택 6857가구도 함께 지어진다.

인간중심의 친환경단지답게 다양한 문화 체육시설도 밑그림에 포함됐다. 이미 운영 중인 개포시립도서관 외에도 어린이도서관이 추가로 건설된다. 아울러 공연장과 청소년 체육 문화시설이 각각 1개씩,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커뮤니티시설 4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앞으로의 절차는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제 막 재건축사업의 첫발을 내딛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 ▲시공자 선정 ▲건축계획 심의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 및 철거 ▲착공 및 일반분양의 수순을 거친다. 빠른 곳이라고 해봐야 주공1단지와 일원현대가 세번째 단계인 조합을 설립했을 뿐 추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곳이 32개 단지 중 22곳이다. 따라서 단지별 사업추진 속도는 제각각이 될 공산이 크다.

개발 속도는 조건상 저층으로 구성된 단지면서 조합원의 의사가 집중되는 쪽이 우세하다. 저층 단지는 조합분담금(조합원이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준공 시기가 이른 곳 역시 속도 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규모 면에서는 장단점이 있다. 단지 규모가 커야 사업성에 유리한 반면 구성원이 적을수록 의사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비단 규모만으로 사업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같은 조건들을 고려해 봤을 때 사업 속도가 빠른 쪽은 저층 구조의 단지들이다. 현재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주공1단지와 일원현대가 우선 물망에 오르는 가운데 2003년 말 전후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개포2~4단지와 개포시영, 일원대우 등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성을 갖춘 개포주공 1∼4단지의 시공사는 이미 결정된 상황이다. 1단지는 현대건설 (34,800원 ▼550 -1.56%)현대산업 (8,260원 ▼140 -1.67%)개발이, 2단지는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이, 3단지는 현대건설 (34,800원 ▼550 -1.56%)이, 4단지는 GS건설 (15,890원 ▼10 -0.06%)이 나눠 갖고 있다.

한편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들 단지 중 가장 먼저 첫삽을 뜨는 곳의 시기를 빨라야 2014년, 늦으면 2020년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 조그만 변수에도 재건축 사업이 ‘망가지는’ 상황을 수차례 지켜봤기 때문이다. 재건축사업의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라는 조언이 뒤따르는 까닭이다.



◆강남 건축시장 판도는

서울시의 발표 후 개포지구 재건축단지의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매물이 있다 해도 호가가 껑충 뛰었다. 개포주공의 경우 하루 사이 최고 3000만원을 올린 매물이 등장했을 정도다. 지난 2월 서울시 심의 보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를 이어오던 것과 상반된 그림이다.

잠잠했던 문의는 소폭 늘었다. 다만 문의만 있을 뿐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부동산뱅크 개포주공점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기대감에 호가를 올려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매수세는 없다”며 “시장이 탄력을 받을 만한 소재가 많이 없는 상황이라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찾기까지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시장은 관망세가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3월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4% 떨어져 3월 내내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강남구는 0.96% 떨어져 개포지구 호재에도 불구하고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포지구 재건축 심의 결과가 층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지만, 호가와 달리 실제 거래는 ‘미풍’에 그치고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근거다.

개포지구 입지는?

개포지구의 지리적 위치는 강남권에서도 알짜에 속한다. 학군이 우수한데다 대치동 학원가와도 지근거리다. 자연환경도 이미 갖출 만큼 갖췄다. 대모산과 구룡산이 양재대로만 건너면 바로 이어진다. 지구 내에는 생태하천인 양재천이 흐른다.

교통요건은 훌륭하다. 지하철 3호선 매봉·도곡·대치·학여울·대청역과 분당선 구룡·개포동·대모산입구역이 지구와 접해있거나 포함돼 있다.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진입도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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