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두루넷 법정관리는 한전 탓"…왜?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1.03.2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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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태 전 회장.. 두루넷 공동설립후 초고속인터넷시장 진출

"그때는 나에게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삼보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재앙이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으랴."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현 학교법인 숙명학원 이사장)이 2000년 국내 최초로 나스닥에 직상장한 두루넷을 한국전력과 함께 설립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전 회장은 '신산업경영원'이 최근 발간한 '증언-한국전자정보산업 개척사: 내를 이뤄 바다로 가다'(송태욱·이희종·이용태·박항구·강기동·성의경 공저)에서 케이블망을 이용한 국내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도입 과정과 삼보컴퓨터의 흥망성쇠를 소개했다.



"삼보컴퓨터·두루넷 법정관리는 한전 탓"…왜?


두루넷은 한전망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로 한전 (19,570원 ▲270 +1.40%)이 9%, 삼보컴퓨터가 10%의 지분을 갖고 1996년에 설립됐다. 한전이 직접 통신망사업을 하는 데 반대가 많아 당시 정보산업분야에서 기술력 수준이 높은 삼보컴퓨터를 끌어들인 것.

이 전회장은 당시 두루넷 설립 직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에게 직접 연락해 이종훈 당시 한전 사장과 업무협약을 맺은 과정도 소개했다. 이 전회장은 2000년 나스닥 직상장과 가입자 100만명으로 당시 주가가 현대자동차를 뛰어넘어 현대자동차와 LG전자를 합한 것에 육박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지만 함께 사업을 진행한 한전이 통신선로를 까는 것을 돌연 중지하면서 (두루넷이) 1조원의 자금을 빌려 통신선로를 직접 깔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한전이 통신사업부를 자회사로 만들어 통신사업을 직접 하겠다고 나서면서 삼보에 결정적인 펀치를 날렸다"고 술회했다.

이 전 회장은 "두루넷을 설립할 때 자기네들이 통신사업은 안하기로 했기 때문에 그것을 맡기기 위한 두루넷을 설립했는데, 직접 통신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도의 상 있을 수 없는 배임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시로 한전이 경쟁체제를 한다고 발전소들을 자회사로 분리할 때 사업이 중지됐던 통신사업부서 사람들이 자회사 리스트에 통신을 끼워넣었고 여기에 새로 온 한전 사장은 별생각 없이 이것을 받아들였다. 이 안에 산자부·기획예산처·정통부 장관 등이 사인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돼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이 전회장은 "한전이 신의를 저버리면서 두루넷은 끝날 운명을 맞았다"며 "여기에 KT와 경쟁사들이 저가 인터넷서비스 경쟁을 펼치면서 두루넷은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가고 삼보컴퓨터도 은행들이 대여금을 환수하면서 파국을 맞았다"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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