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ELW 스캘퍼 불공정거래 집중수사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1.03.2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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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 통해 부당이득 의혹...일부 증권사 거래우대 특혜도 수사대상

국내 일부 증권사가 주식워런트증권(ELW) 매매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몇몇 'ELW 타짜'에게 특혜를 준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시세조정을 통해 부당이득을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23일 우리투자증권 (14,050원 ▼150 -1.06%), 삼성증권 (46,450원 ▼200 -0.43%), KTB투자증권 (3,025원 0.00%), 이트레이드증권 (4,695원 ▲105 +2.29%), HMC투자증권 (9,190원 ▼30 -0.33%) 등 5곳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전산자료와 ELW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은 24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검찰은 이들 증권사가 ELW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스캘퍼(Scalper·일명 수퍼메뚜기)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동시에 주문이 들어가도 우선순위로 주문되도록 특혜를 주는 등 불공정 행위를 벌인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캘퍼는 ELW 시장에서 개인으로 불리지만 대부분 선물·옵션 단타매매 경험이 있는 증권사 출신 40대 초중반 '꾼'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총 인원은 30여명으로 2~4명씩 팀을 꾸려 팀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굴린다. 시장 변동성이 큰 날엔 1000번 가까이 거래하는 탓에 하루 거래대금이 수천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슈퍼 메뚜기는 ELW 시장에서 이 종목 저 종목을 오가며 하루에 수백번씩 초단타 주문을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이 하루 평균 매매하는 비중은 ELW 시장 전체 거래의 35% 가량으로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를 제외하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거래소는 추산하고 있다(2010년 8월 기준).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ELW시장에서 증권사 LP의 호가 제시 원리를 꿰고 있어 LP를 공격하도록 자동 매매 시스템을 짜 손쉽게 떼돈을 벌고 있다"고 전했다. ELW 가격은 현물 주가흐름과 맞물려 움직이는데 증권사 LP의 방향성을 한발 앞서 예측해 단타매매를 하기 때문에 일단 '먹고 들어가는' 게임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또 LP의 유동성공급 의무가 소멸된 ELW 종목을 대량 사들여 가격을 끌어올린 뒤 허수성 매수 호가를 제시해 부당이익을 취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개별주식 ELW는 만기일 30일 전부터 LP의 유동성 공급이 금지되는데 이때를 악용해 일반 개인 투자들의 매수를 부추긴다는 얘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예 LP가 파는 ELW 물량은 모두 사들여 유동성공급 기능을 마비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ELW 시장엔 LP 없이 개인만의 '판'이 벌어져 아무 것도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4년 동안 ELW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5186억원을 손해 봤다. 검찰은 이런 과정에서 스캘퍼가 시세조정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스캘퍼들이 굴리는 자금이 워낙 큰 탓에 스캘퍼 유치 경쟁에 나선 일부 증권사가 특혜를 제공했는지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모 증권사가 스캘퍼에 특혜를 줬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 중 다른 일부 증권사에서도 유사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순수하게 투자하는 경우는 관계 없겠지만 아무래도 심리적인 위축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ELW 거래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ELW 관련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접수가 잇따르자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몇몇 ELW 스캘퍼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혐의를 전면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이 ELW에 대해 칼을 뽑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 ELW란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행사기간 등 사전에 정한 시기에 행사가격을 미리 정해 약정된 방법에 따라 해당 주식이나 현금을 사고 팔 수 있도록 권리를 주는 유가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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