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전월세 상한제는 야권의 아이디어였다. 2009년부터 민주당에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올해 초에는 당론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가격통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괜찮은 아이디어"라며 "법률안이 구체화되면 당 지도부에 보고 하겠다"고 밝혔다. "4월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국회통과를 자신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서민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최고위원도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찬성한다. 당론으로 밀어 추진하겠다"고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22일 심 의장의 발언은 180도 바뀌었다.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이 제도를 도입해도 (집주인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충분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 지적에 공감 한다"고 말했다.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가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준선 의원은 "4월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용도폐기 됐다는 게 여권 안팎의 판단이다.
이 같은 '해프닝'이 일어난 이유로 섣부른 정책결정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을 의식해 서민 표를 노렸다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에 황급히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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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전월세 상한제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봤다. '얼마 이상으로 전월세를 올릴 수 없다'는 상한선을 정하려면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한데 집주인과 세입자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기준마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전월세 가격을 통제할 경우 자본주의 기본원리인 재산권 침해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여기에 집주인들이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전월세를 한꺼번에 올려 받는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한나라당이 기존 지지층의 반발을 우려해 상한제 도입을 철회했다는 분석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정책을 백지화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상한제를 철회한 것은 지지 세력인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의식한 결과로 밖에 판단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한나라당의 정책 기능이 약해졌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며 "대다수 서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전월세 정책을 놓고 집권 여당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질책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