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2km 떨어진 논에 돌고래, 웬일이니…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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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로 어미와 떨어진 새끼 돌고래, 구조해 바다로 놓아줘

해안에서 2km 떨어진 논에서 돌고래를 구조한 히라료 씨=22일 오후1시38분, 센다이시 미야기노구해안에서 2km 떨어진 논에서 돌고래를 구조한 히라료 씨=22일 오후1시38분, 센다이시 미야기노구


“논에 돌고래가 있다.”

지난 11일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재해지에서 애완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자원봉사자에게 22일 오전, 귀를 의심할 전화가 걸려왔다.

장소는 센다이시, 해안에서 2km 정도 떨어진 내륙의 전원 단지. 경각에 달린 목숨을 살리기 위한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애완동물 관련회사인 ‘도크 우드’(센다이시)를 경영하고 있는 히라료(32)는 이날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피해지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는 대지진 피해가 발생한 뒤 동료 30여명과 피해지역에서 주인을 잃은 애완동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돌보아준 개와 고양이는 약 80마리.

히라료 씨가 돌고래 전화를 받고 왜건 차로 이시노마키 시로 가서 보니 논에 들어찬 바닷물에 고통스럽게 퍼덕이는 것은 돌고래의 일종인 스나메리였다.



구조를 의뢰한 사람은 센디이시에 살고 있는 사또(55)씨. 그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퍼덕퍼덕이는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흑갈색의 돌고래가 눈에 띄었다. 이놈도 쓰나미의 피해자라고 생각해 구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히라료 씨와 동료 3명은 자동차에 있던 장대와 담요로 들것을 만들어 돌고래를 사로잡았다. 미야기현에 있는 수족관은 대지진 피해를 입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을 통해 연락이 된 수의사는 “젖은 수건으로 돌고래을 싸서 바다까지 가 놓아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퍼덕이는 돌고래를 안고 어렵게 바다로 가서 놓아주었다. 바다 멀리 헤엄쳐 가는 돌고래를 바라보면서 히라료씨는 “잘 살지 모르겠지만 논에서 죽는 것보다 좋을 것이다. 돕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센다이 앞바다는 스나메리가 살고 있는 태평양의 북방 한계. 크기와 색깔로 볼 때 쓰나미 때문에 돌고래 떼에서 떨어진 새끼 돌고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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