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저귀가 뭐기에… '사재기 쓰나미' 한국상륙?

머니투데이 김정태 김유림 기자 2011.03.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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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상품 품귀 가격인상 잇따라… 대형마트 판매 2배 급증

'군' 기저귀가 뭐기에… '사재기 쓰나미' 한국상륙?


#강남에 사는 주부 김 모씨(32)는 평소 일본의 '군'기저귀와 '와코도' 분유를 구입해 왔으나 최근 국내 제품으로 바꿨다. 최근 일본 지진에 따른 원전 방사능 유출 위험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구입 자체가 어려워져서다.

김 씨는 아기 때문에 종종 온라인몰에서 구입했으나 이들 제품이 모두 품절됐고 대형 마트에 가보니 가격도 오른 데다 조만간 물건 확보가 어렵다는 판매점원의 말을 듣고 아예 국내 제품으로 바꾼 것이다.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로 일본 주요 도시에서 라면, 생수, 기저귀 등 주요 생필품의 `사재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일부 제품 중심으로 사재기 조짐이 일고 있다. 특히 기저귀, 분유, 유아용 간식 등은 온라인몰에선 재고물량이 없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고, 대형마트 등에서도 평소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22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개인 판매자들이 판매하는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일본 '군' 기저귀 제품(4팩 기준) 가격이 기존 7만원에서 지진 이후 8만원으로 14% 정도 인상됐다. '무니망' 제품도 4팩 기준 가격이 10만4500원으로, 10~15% 정도 올랐다.



옥션에서 일본 기저귀 제품을 판매하는 한 판매업자는 "이번주 중 물건을 또 들여오려 하지만 본사에서 한 박스(4팩) 당 1000~2000원 정도 더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공문이 왔다"며 "공급이 딸려 기존 재고물량에 대해선 판매자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고 재고가 없는 판매자들은 추가 물량 확보를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는 그나마 재고 물량이 남아 있긴 하지만 넉넉지 않은데다 앞으로 공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군'과 '메리즈' 등 기저귀는 일부 고객들의 사재기로 인해 지난 11일 이후 평소보다 2배 이상 판매가 되고 있다"며 "1~2주 재고 물량이 남아있긴 하지만 추가 물량 확보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일본 물류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엔고 현상까지 겹쳐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게 홈플러스의 설명이다.

일본 분유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CJ몰의 경우 '와코도' 분유는 이미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서 추가 판매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CJ몰 관계자는 "분유의 경우 와코도사 제품 2주일 판매 분량을 3월 둘째 주에 수입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벌써 품절됐다"고 말했다.


간장, 된장 등 소스류와 가공식품 등은 유통업체들이 대체로 2~3개월의 재고 여유가 있어 수급에는 별다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일본산 제품들은 지진 이전에 들여온 물량"이라며 "추가 가공식품은 방사능 전수 검사를 통해 통관 유무가 결정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독 기저귀와 분유 등 유아용 제품에서 사재기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한 유통 업체 관계자는 "일본 제품들은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데, 엄마들은 어린 아이들이 먹고 착용하는 특정 제품을 일단 선택하면 다른 제품으로의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본 지진과 원전폭발 사고 등의 영향으로 이들 제품 구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엄마들이 미리 물량을 확보해 두려는 게 사재기 조짐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현재 사실상 수입이 중단된 일본산 수산물의 경우, 국내산 고등어와 사전에 비축된 냉동 수산물 등으로 활발히 대체되고 있어 시장에서 별다른 혼란은 없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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