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전락 그룹건설사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1.03.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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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건설, 자금지원 요청에 그룹 거부…법정관리 신청


- LIG건설, 자금지원 요청에 그룹 거부…법정관리 신청
- 진흥기업·남광토건·영조주택·한일건설·한솔건설 이어
- 부동산 장기침체 + PF 우발채무 '부담'
- 주택비중 높은 건설사 "전망도 불투명"


'천덕꾸러기' 전락 그룹건설사


그룹계열 중견건설사들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주택사업에 매진했던 그룹계열 중견건설사들이 부동산경기의 장기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룹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내몰린 것이다.



 진흥기업은 최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효성이 지원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면서 진통을 겪었고 LIG건설은 그룹으로부터 버림받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으로도 부동산경기가 급속히 살아날 기미가 없는데다 PF대출 규제가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토목, 플랜트, 주택 등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보한 건설사를 제외하곤 경영난이 계속될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예상이다.



◇그룹이 포기한 LIG건설
LIG건설은 단기 유동성 압박으로 자금난이 심화되자 LIG그룹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8000억원에 달하는 PF금융비용 부담과 2600여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에 달하는 공사미수금이 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대한전선은 남광토건을 인수하고 영조주택까지 지원했지만 경영난으로 남광토건은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영조주택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일건설과 한솔건설도 워크아웃 중이다.

↑LIG건설 CI↑LIG건설 CI
진흥기업은 워크아웃 개시 직전까지 모그룹인 효성이 지원 여부를 놓고 채권단과 밀고 당기기를 하다 어렵게 지원이 확정됐다. 그룹계열 중견건설사들이 이처럼 쇠락의 길에 접어든 이유는 주력인 주택사업이 부동산경기의 장기침체로 회복이 어렵고 PF대출 우발채무가 다른 계열사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LIG그룹이 LIG건설을 단순 주택전문 건설사가 아닌 토목사업도 가능한 종합건설사로 육성하기 위해 SC한보건설까지 인수하며 공을 들였지만 공공공사 시장의 높은 문턱만 확인한 채 주택사업에 집중, 미분양물량 누적과 자금난을 피하지 못했다.

 건설업계는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LIG그룹의 지원이 당연히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한 때문인데, 그룹은 가혹하게 지원을 거부했다.

◇"주택전문 중견건설사 위기는 계속된다"

최근 부동산경기가 일부 꿈틀거린다고는 하지만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분양경기가 급격히 살아날 가능성이 낮다. 지방은 높은 청약률과 계약률을 보이지만 너도나도 분양에 나서면서 벌써 공급포화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은 분양가가 싼 보금자리주택에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반면 입지가 떨어지거나 분양가가 비싼 중대형아파트는 청약자가 전무할 정도로 극과 극이다.

 기존 사업장의 분양이 3~4년 지연되면서 금융비용만 늘어난 것도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PF대출 규제에 대한 강도를 높이면서 저축은행을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던 중견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도 앞으로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이유다.

 이에 따라 "그룹이면 건설사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지" 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표현이 나온다. 대부분 그룹은 건설사를 소유해왔다. 국토개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경제부흥의 중심에 건설산업이 있었기 때문에 먹을거리가 많았던 데다 경제가 성장기에 접어들어 그룹들이 투자를 늘리면서 공장 건설이 증가한 탓이다.

 대형건설사 인수·합병(M&A) 때마다 LG그룹이 1순위로 거론되는 것도 GS그룹과 분리 후 계열사에 건설사가 없기 때문이다.

한 건설경영 전문가는 "그동안 많은 그룹이 건설사를 인수했지만 재미를 본 곳이 1곳도 없다"며 "현재 매물로 나온 건설사 중 M&A가 가능한 건설사는 토목, 해외, 주택, 건축 등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쌍용건설이 유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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