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과 쓰나미가 몰아닥쳤던 지난 11일 오후, 오하라 에리코 씨(33)는 남편, 요시나리(33)에게서 이런 휴대폰 전화를 받았다. 쓰나미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대피소로 향하던 길이었다. 놀라 자지러지게 우는 두 딸, 리오(2)와 리아(5개월)를 달래느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초등학교에 있는 대피소로 향해 달리는데, 도망가는 자동차로 길이 막혀 조금도 나아갈 수 없었다. '이제 부딪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50m를 후진 한 뒤 맞은 편 차선으로 몰았다. 조수석과 뒷자리에 앉아 있는 두 딸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이 흐르던 중, 17일 밤에 남편의 비보를 들었다. 게센누마 주변에서 배송작업을 하던 중에 쓰나미에 휩쓸렸던 것 같다고 남편의 상사가 전해주었다. 18일 아침,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시체 안치소로 갔다. 눈 앞의 관에 자듯이 누워 있는 것은 틀림없이 남편, 요시나리였다. 눈물이 쏟아졌다. 키스를 하며 "사랑한다"고 중얼거렸다.
남편은 화이트 데이(3월14일) 때 나에게 주려고 반지를 사놓았던 것이다.
피난 생활이 장기화되고 딸아이를 키우는 게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고통의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반지를 남겨준 남편에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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