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2살과 5개월 된 두 딸 잘 키우겠다"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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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통화 일주일 후 비보… 아내, 반지 남기고 떠난 남편에 "두 딸 잘 키우겠다"

"괜찮아? 이제 통화할 수 없게 될지 모르겠어…"

대지진과 쓰나미가 몰아닥쳤던 지난 11일 오후, 오하라 에리코 씨(33)는 남편, 요시나리(33)에게서 이런 휴대폰 전화를 받았다. 쓰나미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대피소로 향하던 길이었다. 놀라 자지러지게 우는 두 딸, 리오(2)와 리아(5개월)를 달래느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초등학교에 있는 대피소로 향해 달리는데, 도망가는 자동차로 길이 막혀 조금도 나아갈 수 없었다. '이제 부딪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50m를 후진 한 뒤 맞은 편 차선으로 몰았다. 조수석과 뒷자리에 앉아 있는 두 딸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겨우 피난소에 도착해 그날은 자동차에서 휘발유를 아끼기 위해 난방 없이 밤을 새웠다. 다음날부터 괴로운 피난소 생활이 시작됐다. 아이들 옷에 오줌과 침이 묻어도 마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진으로 젖병은 모두 깨져 피난소에 있는 젖병을 다른 집 아이들과 함께 사용해야 했다. 스트레스로 모유도 나오지 않았다. 스포츠 음료를 뜨거운 물에 타서 주었지만 5개월짜리 둘째 딸은 좀처럼 받아먹지 못했다. 탈수 증세에 빠졌다. 기저귀가 없어 둘째딸 리아의 엉덩이가 짓물러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이 흐르던 중, 17일 밤에 남편의 비보를 들었다. 게센누마 주변에서 배송작업을 하던 중에 쓰나미에 휩쓸렸던 것 같다고 남편의 상사가 전해주었다. 18일 아침,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시체 안치소로 갔다. 눈 앞의 관에 자듯이 누워 있는 것은 틀림없이 남편, 요시나리였다. 눈물이 쏟아졌다. 키스를 하며 "사랑한다"고 중얼거렸다.



시체에 무엇인가 덮어주려고 무너진 집에 돌아와 보니, 회사에서 보내준 남편의 유품이 눈에 띄었다. 반지가 들어 있었다. 전에 "가끔씩은 반지를 갖고 싶은데, 아빠는 선물을 주는 사람이 아니니까..."라고 농담삼아 얘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남편은 화이트 데이(3월14일) 때 나에게 주려고 반지를 사놓았던 것이다.

피난 생활이 장기화되고 딸아이를 키우는 게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고통의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반지를 남겨준 남편에게 약속했다.


"딸 둘은 내가 책임지고 키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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